정준양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중도 사임하는 이구택 회장 잔여임기를 승계하지 않고 새로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만제 전 회장 등 외부인사가 전임자 임기와 무관하게 새 임기를 시작한 적은 있지만, 내부인사에 대해 별도 3년 임기를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윤석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3일 "이번처럼 차기 회장이 전임 회장 임기를 승계해 1년간 회장직을 수행할 경우 경영 안정성과 리더십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기 독립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런 뜻에서 최근 사외이사들이 만장일치 형태로 의견 접근을 봤으며, 이구택 회장도 '일리가 있다'고 공감해 새 회장의 3년 임기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이에 따라 내부적으로 법률검토 작업 등을 거쳐 6일 이사회에 정 내정자의 상임이사 선임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상임이사 임기만료를 1년 남겨둔 정 내정자는 일단 상임이사 직에서 물러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허성관 사외이사(전 행정자치부 장관)는 이와 관련, "전임자 임기에 따라 새 회장 임기가 좌우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1년 잔여임기를 이어받는다면 어떻게 글로벌 위기에 맞서 경영을 하겠는가"라며 독립 임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도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전임 회장의 경우 잔여임기를 승계해 제대로 경영성과를 내고 대부분 연임된 것이 관례인 상황에서 굳이 독립 임기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독립 임기제는 내년 예상되는 외풍 논란을 미리 잠재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 내정자가 잔여임기를 승계하면 내년 이맘 때 연임 여부가 다시 논의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외압 논란 등 '포스코 흔들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외이사 9명 중 5명이 이 달에 바뀌는 점도 새 임기 추진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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