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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이 여성들 '귀가시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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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순이 여성들 '귀가시계' 바꿨다

입력
200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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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에 사는 최모(26)씨는 핸드백에 조그만 '손칼'을 항상 넣어 다닌다. 얼마 전 동네에서 성추행을 당한 기억과 함께 바로 인근에서 강호순 사건이 터진 이후 밤길이 무섭게 느껴져서다. 그는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칼을 은장도처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여성들이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턱없이 부족한 경찰의 치안대책에만 의지했다가는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선 최씨 처럼 손칼이나 호루라기, 전기충격기 등 긴급상황에서 화를 모면하기 위한 도구를 지참하는 것은 기본이다. 다소 유난스러워 보이지만, 여성들은 "잊을만하면 악몽처럼 되풀이되는 연쇄살인극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귀가길 변화도 눈에 띈다. 회식 등 저녁 모임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은 물론, 남편이나 아버지의 '보호'를 받으며 퇴근하는 경우가 늘었다. 회사원 양모(30)씨는 "술자리를 대폭 줄이고 '퇴근 즉시 귀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집에 들어갈 때까지는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고모(32)씨는 아무리 늦어도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업무상 야근과 술자리가 많은 고씨가 "무섭다"고 하자 남편이 퇴근길 에스코트를 자처했다.

경기 의정부 집에서 서울 서초구 사무실로 통근하는 회사원 김모(32)씨는 "늦은 시간에 집에 가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귀가시간이 늦을 때에는 회사 근처 친구 집에서 자거나 돈이 많이 들더라도 콜택시를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부모들도 고민이 커졌다. 대학 입학을 앞둔 딸을 둔 박모(49)씨는 "대입 준비로 딸이 자정 무렵에 들어오는 것을 괘념치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금을 10시로 당겼다"며 "9시가 넘으면 위치를 확인하고 귀가를 독촉한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전모(49)씨는 강호순 사건 이후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하며 자취하는 딸에게 전기충격기를 사주는 한편 딸의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신청했다. 이동통신업체 KTF에 따르면 전씨처럼 위치추적 서비스 신규 가입은 작년 10월 9,000여건이던 것이 사건이 발생한 12월 2만5,000건으로 급증했으며, 올 1월에도 1만7,000건에 달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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