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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악"… 8년만에 첫 분기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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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도 "악"… 8년만에 첫 분기 적자

입력
2009.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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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 8년 만에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화와 기업 연체율 상승 등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3일 국내 18개 은행의 작년 순이익이 7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7.4%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03년 1조9,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3,00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 2000년 4분기(4조6,000억원 순손실)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5조3,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3.6% 줄었고, 산업ㆍ기업은행 등 5개 특수은행의 순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64.6%나 감소했다. 반면 부산ㆍ대구ㆍ광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9,000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영업 실적이 나빠진 주된 이유는 부실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2007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9조9,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최근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6개 건설ㆍ조선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1조원을 실적에 반영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이 떼일 것에 대비해 쌓는 것으로, 장부상에서 순이익을 감소시킨다.

기업의 연체율 상승도 악영향을 끼쳤다. 작년 말 국내 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1.08%로 전년 말 대비 0.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1.46%로 0.54%포인트나 급등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연체율은 작년 말 0.34%로 0.03%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 연체율은 1.7%로 0.7%포인트 급등했다.

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34조원으로 2조8,000억원(9.1%) 늘어난 반면, 수수료와 유가증권 등 비이자 이익은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관련이익이 급감하면서 5조5,000억원(-50.3%)이나 줄었다. 이 중 유가증권 이익은 증시 침체로 89%나 급감한 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은행의 수익성 지표들도 줄줄이 고꾸라졌다. 총운용자산에서 이자이익이 점하는 순이자마진(NIM)은 2.29%로 전년 대비 0.15%포인트 떨어졌고,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49%, 7.29%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ROA는 보유자산을 운용해 어느 정도의 순이익을 냈는지, ROE는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거뒀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경기침체 가속화에 따른 부실여신 증가와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들의 순이익이 작년에 비해 20~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의 파격적인 금리인하로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고객에게 받을 이자)는 크게 낮아진 반면, 수신금리(고객에게 줄 이자) 하락폭은 이에 미치지 못해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1.30%로 11월 말에 비해 0.28%포인트 하락했고, 담보대출 금리조정이 추가로 이뤄지는 올해 1월 말에는 더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작년 실적은 해외 금융기관에 비해 선방한 것이지만, 올해는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6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순이익이 30%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경기 상황과 기업 구조조조정, 시중금리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은행들의 올해 수익 전망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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