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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위가 과격해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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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위가 과격해지는 까닭

입력
2009.02.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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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시위가 급격히 늘어나고 그 양상도 폭력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종교 편향 항의 등 각종 시위가 줄을 잇더니 급기야 용산 철거민 시위 진압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관 여섯 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번 참사의 사망자 모두가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점에서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다.

정부와 정책 불신이 근원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이다. 민주사회에서 시민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선출된 대표기관을 통해 관철시킨다. 이것이 대의제의 원리이다. 그런데 이 대의제가 고장나면 민주주의의 또 다른 축인 시장경쟁의 공정성이 무너진다. 경쟁의 룰이 무너지고 자신의 의사가 정책결정에 반영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사람들은 정부를 믿지 않고 거리로 뛰어나온다.

시위는 못 가지고, 못 배운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이 알수록, 자신의 이해에 더 민감해지고 그것이 충족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시위에 더욱 적극적이다. 시위와 전혀 관련 없을 것 같던 서울의 부유층 지역 주부들이 지역에 쓰레기하치장을 건설한다고 시청이 발표하자 청소차 앞에 드러누워 버린 것은 한 예이다. 또한 시위는 정치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북아일랜드 독립 시위가 그만큼 과격하고 조직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베트남전 반대시위는 전쟁을 방불케 했었다. WTO 농업협상에 반대하는 스위스 농민들이 옛날 공성전(攻城戰)에 사용됐을 법한 충차(衝車) 앞에 불까지 붙여서 관공서를 습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기 스위스 맞나?’하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시위가 빈번해지고 대규모화 되는 까닭은 사회에서 ‘왕따’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신호이며, 시위의 양상이 과격해지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느낀다는 의미이다. 과격 시위가 일상화하면 공공질서가 무너지고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마비된다. 그런 이유로 용산 철거민 시위도 강제 진압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용산 시위가 과격해지는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려 없이 경찰 특공대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뽑아 들었다는 데 있다. 사면초가의 농성 철거민들이 캄캄한 밤에 공포에 질려 격렬히 저항하면 양측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기초적인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소화기, 그물 등 기본적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그렇게 급했으니 특공작전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공작전은 불사신 같은 특공대원 몇 명이 영화처럼 기적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전 개시 전에 첨단장비를 동원한 치밀한 예행연습은 물론 정치적 타이밍까지 절묘하게 맞추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을 거둔 엔테베 공항 인질구출 작전 때 전사한 특공대장의 동생 빈야민 네탄야후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거물이 된 반면,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은 테헤란 미 대사관 인질구출 작전의 실패로 재선에도 실패했다.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큰 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번 작전실패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지혜로운 공권력 행사를

용산 참사 이후 최근의 과격시위에 대하여 갑론을박이 많다. 하지만 얼마 전 대의제의 중심인 국회의사당에서 망치, 톱, 쇠파이프를 들고 난투극을 벌인 여야 의원들이나, 귀 막고 밀어붙이는 것을 능사로 아는 정부를 보면 시위 참여자들 탓만 할 것도 아닌 듯 싶다. 런던

경찰은 ‘우리가 권총으로 무장하면 범죄자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한다’라는 원칙에 따라 허리춤에 곤봉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지혜를 우리 경찰도 가졌으면 한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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