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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포스코 회장과 권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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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포스코 회장과 권력의 힘

입력
2009.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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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도 아닌데 포스코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새 회장후보를 추천하였다. 회장이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회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재임 중에 경영 실수가 있었다거나 능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는 없었다. 오히려 그 기간에 경영성과가 개선되었고 주가도 상승했다.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런데도 물러나니 정치권력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타의로 물러났다는 논란이 뒤따른다.

'권력 입김' 철저히 차단하길

포스코도 삼성이나 LG와 같이 완벽한 민간기업이다. 포스코의 인사에 권력의 힘이 개입한다는 것은 삼성이나 LG의 인사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과 똑같으며, 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포스코가 과거 공기업이었다고 해서, 또는 개인 대주주가 없다고 해서 그 틈새를 정치권력이 파고 든다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80% 이상이 포스코처럼 개인 대주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권을 행사한다. 경영권은 세습될 수 없으며, 유능한 후배 경영인에 의해 자연스럽게 승계되는 전통과 문화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스스로 영원히 존속하는 조직체로 남는다. 최고경영자는 바뀌어도 기업은 영원하다.

우리나라는 포스코가 처음으로 이런 모델을 받아 들였다.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고, 선진국형의 새로운 기업으로 새 출발하였던 것이다. 이런 기업을 잘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국민 전체의 임무이겠지만, 우선은 포스코 당사자의 책임과 의무가 크다. 선진형 기업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정치권력이 파고들 여지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내부에서 정권과 유착하거나 정권에 손을 내밀어 출세하려는 자가 있다면, 이것은 회사를 팔아먹는 일이 될 것이다. 또는 현실에 만족해 무기력해지고 스스로를 지킬 의지도 없다면 국민의 사랑도 동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미 퇴진한 회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차기 회장의 올바른 선임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보이지 않는 힘이 끼어 드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1년 후의 일이다. 1년 후에 정식 임기의 새 회장을 다시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도 권력의 힘이 개입할 여지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새 사외이사진 구성에서부터 물밑 작전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새 선장으로 내정된 정준양 신임 회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포스코 회장후보 추천에는 사외이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사외이사들은 이때야말로 포스코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사외이사가 임기 중에 진정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새 회장의 선임과 잘 마련된 기업지배구조를 지키는 일에 그 사명을 다한다면 그들의 업적은 포스코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아니 한국 기업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치도 사회도 제도는 훌륭하다. 어느 선진국에 못지않은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 제도 따로 운영 따로 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사외이사제도는 훌륭한 기업제도이다. 그러나 운영을 잘못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실패한 제도라고 비판 받기도 한다.

새로운 희망 위한 선택을

포스코도 매우 훌륭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어 놓고 있다. 새 회장 선임과 관련하여 이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희망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포스코에서 전문경영인 승계 전통이 확립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오너에 의한 황제경영과 세습경영 일색인 한국의 기업세계에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것이다. 포스코에도 복이고 국가경제에도 복이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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