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다! 김계진(62) 거진어촌계장이 명태 한 마리를 그물에서 발견하고는 심마니처럼 소리친다. 정말 운 좋게 걸린 명태 한 마리다. "진짜 동해안 명태를 원양 명태와 구분하기 위해 진태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금보다 귀해서 금태가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명태잡이 그물과 씨름하던 그의 말에서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예로부터 명태의 고장으로 알려진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명태잡이 어선 장성호가 칼바람이 부는 동해로 명태를 잡기위해 출항에 나섰다. 오는 19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2009 고성명태와 겨울바다 축제'에서 쓸 동해명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한참 날씨가 추웠던 설 전에 수심 450m 지점에 그물을 쳐 놓았었다. 잔뜩 기대를 하고 그물을 올린다. 대구, 한치, 새우, 이면수 등이 꾸준히 걸려 올라온다. 그러나 명태는 올해도 돌아오지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겨울 한철 명태를 잡아 일년을 먹고 살았다는 장성호의 임웅진(53)선장은 명태 판 돈으로 집안에 쌀을 가득 쌓아 놓으면 걱정이 없었다며 "쌀만 있으면 반찬거리는 바다에 지천이었고 부자나 가난뱅이나 모두 명태 덕에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그 추운 겨울을 배 곯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동해의 명태 어획량은 1990년대부터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2만톤에 이르던 어획량이 90년대에는 5천톤 아래로 떨어졌고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아예 씨가 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에는 명태 배 따기를 밖에서 못하고 방안에서 할 정도로 추웠는데 지금은 겨울에도 바닷물이 미지근한데 명태가 오겠어". 거진 수산물 공동처리장에서 능숙한 솜씨로 원양명태를 손질하던 손옥선(71)할머니는 40년 동안 명태 할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국립수산연구원은 40년 새 동해 수온이 1.3도 가량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중국의 쌍끌이 어선들과 대형 수산회사들이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닥치는 대로 명태를 잡아서 산란성 회귀 어족인 명태의 절대량이 줄어든 것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조선 인조때 명천군에 초도순시를 간 함경도 관찰사가 담백한 맛에 반해 명천군의 명자와 이를 잡은 어부의 성 태씨의 태를 따서 지었다는 명태는 수심 150m 한류에 살며 몸길이는 30~50㎝로 1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강원도 거진, 속초 등에서 주로 잡힌다.
겨울에는 포항 근해까지 남하했다가 봄이 되면 일본 북해도 서쪽 해안이나 더 깊은 수층으로 이동한다. 강원도 용대리 진부령에서 덕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규철(69)씨는 약 7년 전부터 자취를 감춘 동해 명태가 언젠가는 덕장에 다시 걸릴 것이라며 '명태의 귀환'을 새해 소망처럼 이야기했다.
사진.글 신상순 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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