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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6> 그린섬유 강국 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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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6> 그린섬유 강국 달성하라

입력
2009.02.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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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제3공단에 자리한 ㈜효성 폴리에스터공장 내 야적장. 화창한 겨울 햇살 아래 트렉터가 800kg이 넘는 마대자루를 쌓아놓느라 분주히 움직인다. 자루 가득 들어찬 것은 버려진 페트병을 응축시킨 사방 4mm 남짓 페트칩(PET Chip)들. 이 작은 반투명 알갱이에 그린섬유 강국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

■ 버려진 페트병과 어망, 섬유가 되다

효성은 폐자재를 이용한 재활용 섬유 개발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폐 어망을 이용해 나일론 섬유를 개발했다. 같은 해 12월엔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터 섬유 개발에 성공, 2008년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2,3년 전부터 불어 닥친 오가닉(organicㆍ유기농) 바람이 국내선 '건강' 이슈였지만, 해외에선 토양 오염과 수자원 낭비를 고민하는 '환경' 이슈라는 것을 간파하고 폐자원의 재활용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한 결과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합(섬유 원료를 섞는 과정)시설을 갖춘 구미공장에서 생산된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단 '리젠'(Regen)은 현재 '나이키'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 재활용ㆍ그린섬유가 글로벌 트렌드

효성이 재활용 섬유 생산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07년부터. 기술성 검토는 이미 2005년 효성기술연구원을 통해 마친 상태였지만, 재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양산 시점이 늦춰졌다. 더구나 재생섬유는 일반 섬유에 비해 비쌌다.

조봉규 ㈜효성 폴리에스터원사PU장은 "품질 대비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지구를 구하겠다는 과대망상자가 몇 명이나 될지 시장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불과 2,3년 새 글로벌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이 즈음 미국 포드자동차가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100%, 일반 상용차는 10%까지 차에 들어가는 섬유제품을 재활용 섬유로 채우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는 2012년까지 면 제품은 전부 오가닉화하고, 폴리에스터 제품은 30%까지 재활용 원사를 쓴다는 방침을 정했다. 파타고니아는 모든 제품에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효성의 그린섬유 생산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원사 제조에 소요되는 벙커C유와 전력 사용량을 일반 섬유 대비 최고 99%까지 줄여주는 리젠은 물론, 염색가공 온도를 10~30도까지 낮출 수 있어 에너지 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프리즈마, 비행기 선박 철도 등의 내장재로 쓰이는 영구적인 친환경 난연성 소재 파이렉스, 일반 스펜덱스보다 에너지와 CO2 발생을 각각 10% 정도 낮춘 크레오라 에코 등이 속속 개발됐다.

현재 월 9,000톤에 이르는 효성의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량 중 친환경 기능을 갖춘 차별화 제품은 45%에 이른다.

■ 생산공정과 마케팅도 그린화

그린섬유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효성은 2008년 'THINK GREEN'을 슬로건 삼아 제품 개발에서 생산공정, 마케팅까지 그린 정책을 전 조직으로 확대했다. 프랑스의 프리미에르비종 같은 원단전시회에서는 그린 용지로 만든 소개책자를 선보였다.

2005년 말부터 시작된 에너지 절감 노력에도 박차를 가했다. 장치산업이자 오염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화섬은 에너지 소비량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원사를 만들고 정련하고 염색하는 모든 과정에서 엄청난 벙커C유와 전력, 물 등이 사용된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전 공정에 걸쳐 에너지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그린 정책과 연결됐다.

대표적인 에너지 절감책이 2006년 완공한 산업폐기물 스팀파이프 연결. 구미공장에서 약 1km쯤 떨어진 산업폐기물 처리업체와 협약을 통해 이 폐기물 공장에서 나온 소각열을 지하 스팀파이프를 통해 구미공장에 끌어다 썼다.

원병희 구미공장 기술팀장은 "3억원의 파이프 연결 비용이 들었지만 연료인 벙커C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축, 연간 20억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CO2 방출량도 연간 2만7,000톤 줄었다.

또 섬유원사가 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거치게 되는 오일 공정을 기술력으로 보완, 실 표면에 입히는 오일량을 화섬업계 최저 수준인 0.35%(섬유 무게 대비)까지 낮춤으로써 연간 240톤의 오일 사용량을 줄였다.

■ 세계로 뻗는 그린섬유

효성은 국내 화섬업체 중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해결 과제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우선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가장 먼저 생산한 일본 도레이와 데이진 등 선발 업체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진다.

반면 중국 섬유업체들의 추격은 빨라지고 있다. 기술 개발보다는 가격 경쟁을 내세워 거래선을 가로채는 국내 업계 관행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기술력 제고와 글로벌 마케팅이 傷鄂?시점이다.

성효경 폴리에스터원사 마케팅팀장은 "시장이 막 확대되는 시기라 영업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국제적 지명도를 쌓는 데 주력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며 "현재 해외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원단 개발 작업을 공동 진행 중인만큼 세계 그린섬유 산업의 리딩컴퍼니로 자리매김할 날이 멀지않았다"고 자신했다.

● 조봉규 효성 폴리에스터원사PU장

조봉규(59) ㈜효성 폴리에스터원사PU장은 2007년 여름 뉴욕 출장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유명 란제리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조차 재활용 섬유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재활용 섬유를)쓰겠나?'였는데, 글로벌 브랜드라 해도 재활용 섬유를 안 쓰면 이제 명성을 유지하기 힘들겠구나, 급하다 싶었다"고 했다.

대표적인 그린섬유이지만 재활용 섬유의 시장성에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우선 재활용 섬유는 비싸다. 과일주스 병으로, 생수통으로 수명을 다한 뒤 버려진 것을 분류하고 세척하고 말리는 사전작업에 일일이 사람 손이 동원된다.

또 이를 압축해 작은 알갱이로 만들고 실을 뽑아내 기능을 부여하는 공정도 일반 섬유보다 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효성이 생산하는 재활용 섬유 리젠의 가격은 일반 섬유의 약 1.7배. 단순 계산으론 시장성이 떨어지지만 지금 국제사회의 이슈는 '환경'이다.

조 PU장은 "해외서는 최근 재활용 섬유의 사용 유무가 브랜드 가치로 직결되고 있다"면서 "워낙 태동 단계라 시장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가파른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본격 출하되기 시작한 리젠은 불과 9개월 새 판매량이 15배나 치솟았다.

전량 해외에 수출한다. 재활용 섬유를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업 이미지를 갖추려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주요 고객이다. 처음 제품 라인업 강화 차원에서 개발이 추진된 재활용 섬유는 이제 효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그 가능성을 십분 인정받고 있다.

환경 이슈에 민감한 해외와 달리, 국내는 아직 재활용 섬유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 제품은 저질의 싸구려라는 인식이 여전한 탓이다.

업계가 생산과정에서 불량으로 폐기된(pre-consumer waste) 페트병으로 만든 값싼 바구니나 욕실용품 등과는 달리, 다 쓴 페트병(post-consumer waste)을 재활용한 섬유는 그 자체가 토질오염을 적극적으로 막는 행위이자 에너지와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친환경적 생산물이라는 점에서 인식의 전환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본은 2002년부터 모든 관공서 공무원의 유니폼을 재활용 섬유 원단으로 제작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조 PU장은 "환경은 세계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주요 이슈"라면서 "군복을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거나 재활용 제품 사용업체에 세금 인센티브를 주는 식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나온다면 관련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린섬유 현황 문답풀이

▲ 왜 페트병인가

페트병은 이름(PET) 자체가 폴리에스터(PolyEsTer)에서 따온 것으로, 사용하고 버려진 폐기물 중 가장 깨끗한 상태의 폴리에스터 소재다. 과일주스 병이나 생수통, 맥주통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염료 등 이물질이 비교적 덜 섞여 있다. 재활용 원사를 만들려면 순도 100%의 폴리에스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페트병은 가장 적절한 소재다.

▲ 페트병 재활용은 친환경적인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화학 섬유들이 자연분해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년.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페트병 중 약 30%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70%는 그대로 땅에 버려진다.

이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 자체가 적극적인 환경보호 노력이며, 재활용 섬유는 일반적으로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공정 자체의 에너지와 전력 소모량은 대폭 절감할 수 있다.

▲ 폴리에스터 소재 옷을 재활용할 수는 없나

옷을 재활용해 다시 섬유를 빼내는 기술도 현재 개발 중이다. 미국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 데이진 등이 기술 개발에 돌입했으며 효성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옷 재활용의 논리적 허점은

옷에서 바로 섬유를 빼내는 것은 고도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는 있지만 더 많은 형광증백제와 염료, 물의 소비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캐주얼업체 유니클로는 또 다른 오염을 낳는다는 이유로 옷 재활용 섬유에 반대한다.

옷 재활용에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그 옷을 아프리카 기아민에게 무상 제공하는 것이 재활용의 취지에 알맞다면서 매년 아프리카에 재고 의류를 기증하고 있다.

구미=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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