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제 성적표가 사상 최악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수출이 사상 최대 감소폭을 기록, 무역 적자가 30억달러에 달한 데 이어 내수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동차 판매도 4년만에 최악의 판매를 보였다. 실물경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이윤호 장관도 2일 "수출 뿐 아니라 1월 설비 투자와 기계 수주 등 각종 지표도 전대미문의 안 좋은 수치가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경제 개발을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려운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8%나 감소, 216억9,000만달러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월별 수출입 통계가 남아있는 1980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수입도 246억6,000만달러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7월(-43.9%) 이후 가장 큰 32.1%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새해 1월부터 29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처럼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 적자폭이 커진 것은 대외 변수인 전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수출 경쟁국도 최근 큰 폭의 수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12월 수출 증감률이 -35%를 기록했고, 대만은 –41.9%나 됐다. 각국의 수입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이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감산과 휴무, 설 연휴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가전 수출액이 무려 65%나 감소, 충격을 줬다. 컴퓨터(-60%), 자동차(-55%), 반도체(-47%) 등도 반토막이 났고, 석유화학(-40%)과 철강(-19%) 등의 감소폭도 컸다. 선박만이 유일하게 20% 증가율을 기록, 선전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48%나 감소한 것이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지역별(1∼20일 기준)로 봐도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46.7%나 감소,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32.7%나 격감했고, 미국(-21.5%), 일본(-29.3%), 아세안(-31.7%), 중남미(-36.0%)로의 수출도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 목표치인 4,50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힘들어 졌다. 4,500억달러는 지난해 수출액 4,220억달러보다 7% 가까이 증가해야 가능한 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차 등 자동차 5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도 7만3,537대에 그쳐 작년 1월보다 23.9%나 떨어졌다. 이는 월별 내수판매 실적이 2005년2월 7만2,441대로 집계된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특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의 1월 내수 판매량은 1,149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나 감소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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