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피니언 면에서 "토목사업, 좀더 앞을 바라보자"는 기고를 흥미롭게 읽었다. 홍성영 ㈜스마텍엔지니어링 사장의 글이다. 토목기술사인 그는 정부가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은 '4대강 정비사업'등 대규모 토목사업 논란에서 토목을 '삽질'로 폄하하는 것이 가슴 아팠다고 한다. 또 정부가 좀더 미래 지향적인 모델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컸다며, 예산 때문에 손대지 못한 재해 예방을 위한 경사면 실태조사와 도로사면의 태양광발전 활용, 대북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 글을 읽으며 미국의 '삽질 준비(Shovel-ready)' 논란이 생각났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 살리기 구상을 밝히면서 낡은 도로ㆍ교량ㆍ학교 재건과 에너지 절약형 리모델링 등의 SOC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며 'Shovel-ready' 프로젝트를 언급한 것이 계기다. 오바마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은 효과가 없어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할 때"라며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ㆍ지방 정부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가 못마땅한 이들은 "Shovel-ready가 뭐냐"고 시큰둥했으나, '삽질 준비' 프로젝트는 이미 1997년 등장했다.
■핵심은 퇴락한 지역의 도로 교량 학교 등 인프라 재건과 경제회복을 최대한 촉진하는 것이다. 사업 특구를 지정해 교통 통신 전기 상ㆍ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미리 갖추고, 행정 절차도 아주 간소화한다. 뉴욕 주 버팔로 시 재건에 처음 적용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미국 전역의 지방정부가 앞 다퉈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는 여기에 7,500억 달러를 쏟아 부을 계획이다. 친환경 '녹색성장'과 의료ㆍ복지 개선 등 미국경제의 혁신을 표방하면서도 당장 '삽질'에 역점을 둔 것은 경기부양에는 재정투자의 효과가 가장 빠른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구덩이를 팠다 되메우는 일도 좋다. 이를 통해 일자리 300만 개가 생기는 효과도 있지만, 주된 목적은 재정지출을 신속히 늘리는 것이다. 말썽 많은 라스베이거스의 '조직범죄 기념관' 프로젝트까지 실현될 조짐이다. 뉴욕타임스의 경제 칼럼니스트 데이빗 리언하트는 1일자 매거진에 쓴 장문의 논평에서 이런 급진적 경기부양책이 오바마의 신경제, 이름하여 '투자경제'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았다. 오바마의 경기부양책에서 도로ㆍ교량 재건 등의 '삽질'은 슬쩍 빼놓은 채 이명박 정부의 '삽질'을 욕하는 근거로 삼는 우리 전문가들은 뭘 보고 읽는지 모를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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