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저씨, 범인 얼굴 한 번만 보게 해주세요.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 손에 죽었는지는 봐야 하잖아요."
1일 오후 5시께 경기 화성 비봉면 삼화리의 한 야산. 5㎞ 이내에는 인가라곤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이 곳은 연쇄 살인범 강호순(38)에 의해 세 번째로 희생된 박모(당시 52세)씨가 매장된 곳.
강씨는 피해자 박씨를 대신해 마네킹을 눕히고 태연히 흙으로 덮었다. 앞서 39번 국도 갓길에서는 성폭행 후 스타킹으로 손을 결박하고 박씨 가방에 있던 또다른 스타킹으로 목졸라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검은색 모자로 얼굴을 가린 강씨가 살인극을 재연할 때마다, 피해자 박씨의 두 딸은 통곡을 멈추지 못했다. 함께 지켜보던 시민들은 "X만도 못한 놈. 저게 인간이냐. 당장 얼굴을 공개해라"며 함께 분노했다.
이날 연쇄살인 희생자 7명 중 3명에 대한 현장검증이 경기 군포 화성 등 9곳에서 진행됐다. 오전 9시40분께 강씨를 태운 차량이 처음 멈춰선 곳은 경기 군포시 금정동 먹자골목의 한 지하노래방 앞. 이 노래방은 첫번째 희생자 배모(당시 45세)씨가 일했던 곳이다.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점퍼 차림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포승줄에 묶인 강씨가 차에서 내리자 시민 50여명이 분노 섞인 욕설을 쏟아냈다. 주민 이모(55)씨는 "저런 살인귀한테 무슨 인권이 있나. 모자를 벗기고 얼굴을 공개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5분간의 노래방 현장 검증을 마친 강씨는 화성시 비봉면 자안리 39번 국도 주변으로 이동했다. 강씨는 노래방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39번 국도 갓길에서 배씨를 살해한 후 800m 떨어진 야산에 묻었다. 비닐하우스 한 채 외에는 인가가 없는 한적한 곳이다.
오전 11시께 강씨가 무쏘 차량에서 곡괭이를 꺼낸 뒤 넥타이로 목이 졸려 있는 마네킹을 끌어내렸다. 강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스타킹이 아닌 넥타이로 목을 졸랐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어 곡괭이로 20㎝ 가량 땅을 파고 시신을 흙으로 덮었다.
오후 2시15분께 이어진 살해 현장 검증에서도 강씨는 피해자를 넥타이로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했다. 이를 지켜본 김모(55ㆍ여)씨는 "자주 다니는 길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정말 무섭다"면서 "저런 인간은 절대 살려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56)씨도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공포에 떨었다. 어찌 사람이 저렇게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느냐"며 치를 떨었다.
앞서 오후 1시30분쯤에는 두 번째 피해자 박모(당시 37세)씨를 유인한 경기 수원 영화동의 지하노래방에서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이곳에서도 주민 30여명이 몰려들어 분노의 고성을 내질렀다.
피해자 박씨와 친분이 있었다는 유모(55ㆍ여)씨는 "참 착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강씨는 이날 아침 현장검증에 나서기 직전 상록경찰서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는 "친구들에게 보험 한방이면 된다고 했는데 사실이냐"는 등 질문에는 고개를 들며 "안 했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또 자신의 죄를 줄이려는 듯 "피해자들이 제발로 차에 탔다"고 거듭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얼굴이 노출된 것을 알고 강씨가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달 현장검증을 마친 여대생 안모(21)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한 현장 검증을 2일 실시한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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