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정풍만(66) 한양대 의대 소아외과 교수가 2월 말 정년퇴임한다.
정 교수는 1990년 11월 국내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한 뒤, 1994년 2월에는 장 폐색으로 소장 길이가 짧아져 소화흡수를 못하는 단장증후군에 걸린 아기의 장 길이를 2배로 늘리는 수술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정 교수가 어린이 선천 기형과 희귀병 치료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77~79년 영국문화원 장학생으로 영국 셰필드대 아동병원에 연수하면서다.
그는 이후 한양대 의대에서 소아외과를 독립된 분과로 만든 뒤 30여년간 어린이 환자 1만4,000명의 수술을 집도했다. 그 중 상당수는 기형으로 태어나 정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정 교수의 손끝에서 새 삶을 찾았다.
그는 "내가 대학 봉직을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소아외과가 뭔지도 몰랐었다"며 "생명 경시 풍조가 심해 심지어 기형아를 내다버리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의료선진국 기술이라도 무조건 추종해서는 안 된다"며 샴쌍둥이 수술 당시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당시 외국의 전례에 따라 출생 3개월까지 집도를 미뤘지만 결국 출생 직후 시술하는 것이 경과가 더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다섯 살 때 소아암 수술을 해준 한 환자를 꼽았다. 어린 시절 수술을 받고 20여년 만에 찾아온 그 환자는"선생님이 덤으로 주신 목숨으로 살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 교수는 1967년 서울대 의대를 수석 졸업한 뒤 1974년 9월 한양대 의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35년 동안 소아외과 교수로 일하며 한양대 의대 학장, 대한소아외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35년 넘게 정든 대학을 떠나지만 퇴임 후에도 남양주한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볼 예정이다.
그는 후학들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의사는 환자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다루는 직업이어서 병만 보지 말고 사람 자체를 봐야 합니다. 요즘 의료가 세분화되고 있지만 자기가 맡은 부분의 수술에만 매달리지 말고 환자의 인간 전체를 보고 치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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