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 방식을 놓고 '속도전'기류에 제동을 거는 '숙성론'이 여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숙성론자들은 쟁점 법안을 풀어가기 위한 방법으로 여야의 대화와 타협, 국민 공감대 형성에 무게를 둔다.
숙성론은 친박근혜계와 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2일 청와대 오찬에서 쟁점 법안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일방 독주와 폭력 국회'가 재연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여야 모두를 경고했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가 원내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쟁점 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달 5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더 높은 강도로 쟁점 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명박 대통령 면전에서 다시 이 같은 언급을 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경제위기 상황이므로 기본적으로 이 대통령과 협력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종종 여권 지도부와 의견 차이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을 주도하고 있는 신성범 의원은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야당도 극한 투쟁을 하는 것을 지양해야 할 뿐 아니라 여당도 쟁점 법안에 대해 야당과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 개혁성향 중진 역시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임시국회 개회사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또다시 일방 독주와 폭력의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등 '15개 핵심법안'을 선정, 이번 국회 회기 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 같은 기류 변화로 인해 법안 처리를 놓고 속도 조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1년에 600~700건의 법안을 처리하면서 모두 국민 공감대를 구하려 한다면 그게 의회민주주의냐"며 박 전 대표의 언급에 다소 불만을 표시했으나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도 이른바 'MB악법' 저지를 위한 극한 투쟁을 다짐해 왔으나 국회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을 감안해 투쟁 방식을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원하는 여권 내 기류가 여전히 강한데다 민주당의 투쟁 의지도 강해 2월 국회에서도 '폭력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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