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부산업단지내에서 20여년 동안 주물 공장을 운영해 온 L사장은 요즘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중소기업 지원 대책 선전에 울화통만 터진다. "중소 기업을 위한다고 내놓는 정부 정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거창하죠. 자고 일어나면 여기저기서 수 천억원씩 지원한다고 떠듭니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나요?"
중소 기업들의 목이 타 들어가고 있다. '설이 지나면 좀 나아질까?' 했던 섣부른 기대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부 당국이 대대적인 선전과 함께 중소 기업들을 위한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지난 달 29일 기준 국민 우리 등 6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308조2,039억 원으로 전월에 비해 0.7%(2조214억원) 늘었다. 증가액은 전년 12월 5조2,611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기업은행을 제외한 5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같은기간 60조4,407억원으로 5.1%(2조9,094억원) 늘었다. 은행들이 중기는 외면한 채 대기업에만 돈을 대줬다는 얘기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몇 천억원씩을 풀겠다'고 얘기한 것이 한두번 아닌데 이 모양이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딱 그 모양새다.
요즘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시한부 환자와 다르지 않다. "중소 기업들에게 아직도 은행 문턱이 높다는 걸 정부는 정말 모른 답니까? 재고는 쌓이는데 어음 만기일은 돌아오지, 직원들 월급은 밀려만 가고…. 어디 한 군데라도 믿을 구석이 있어 야죠. 정부 지원이요? 말이나 말라 하세요." 전북 김제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를 생산하는 S업체 자금담당 K관계자 하소연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중소기업이 기업체수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싶다.
허재경 경제부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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