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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경제에 빗장 '꼭꼭'/ "외국노동자 고용 말고 수입장벽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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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경제에 빗장 '꼭꼭'/ "외국노동자 고용 말고 수입장벽 높여라"

입력
2009.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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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영국 동부 링컨셔카운티의 소도시 킬링홀름에서는 영국인 노동자 1,000여명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피켓 시위를 했다. 이들의 주장은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것도, 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이 소도시에 입주한 세계적 정유회사 린제이의 새 정유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이탈리아, 포르투갈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린제이 측은 “기존 영국인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직의 공포와 분노의 희생양을 찾는 영국인 노동자에게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이날 시위는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에서 동조 시위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영국, 미국, 스페인 등 경제 선진국과 개도국에서 경제 국수주의가 확대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자국 노동자와 국민이 반 외국인 노동자 정서를 표출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요구하면서 각국 정부가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자국에 체류중인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귀국을 독려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건설 경기가 한창일 때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에서 수백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 들였으나 최악의 경기침체가 닥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3년 내에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이 제안에 응한 외국인 노동자는 1,400명에 불과하다.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인도는 수입 철강 제품에 붙이는 관세를 대폭 인상했고 아르헨티나는 신발과 자동차의 수입을 사실상 막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러시아는 수입 자동차 관세를 대폭 인상했으며 미국 의회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미국산 철강만을 사용토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경제 국수주의는 자국 경제와 자국민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지만 사실은 불황을 더 부추긴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미국 의회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에서 수입되는 의류와 식료품 2만여 가지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다”며 “이를 계기로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보복 관세를 도입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이 역사상 최장의 공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국 지도자들은 보호무역주의의 폐해를 알고 있지만 여론에 약하다”며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경기를 더 나쁘게 한다’고 밝혔지만 그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정책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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