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복이 겨울나기의 필수품인 때가 있었다. 옷이 변변치 않고 집안에 외풍이 심했던 시절, 추운 겨울에는 누구나 내복을 입고 지냈다. 나들이 때는 물론이고 밤에도 내복을 입고 잤다. 지금 되돌아보면, 내복은 부족한 에너지 절약에 큰 기여를 했던 것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자가용 승용차 이용이 많아지고 옷맵시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밀려 인기가 떨어진 내복이 다시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받은 1998년이다. 그리고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내복을 입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의 각료ㆍ 수석회의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을 입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보면 내복은 우리 몸과 외부 사이에 하나의 막을 형성해 열 방출을 막아 준다. 따라서 내복을 입으면 집안과 사무실의 난방 온도를 낮출 수 있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실험에 따르면 내복을 입을 경우 겨울철 난방에너지를 20% 절감하는 효과가 있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볼 때 연간 1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미래 방안으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현재 태양에너지 및 수소연료를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를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노력이 분명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을 앞당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형태의 신재생 에너지도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항상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 대처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된다. 하나는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용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과학적 지식과 기술개발을 통해 두 방법 모두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절약도 사용효율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임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 현장의 에너지 효율은 높은 편이지만 산업생산 이외의 에너지는 과소비 국가에 속한다.
특히 예부터 기온이 비슷한 일본에 비해 집안의 난방온도를 더 높게 유지하고 사는 습성이 있다. 지난해 여름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과소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한동안 붐을 이루었지만, 유가가 하락하자 또다시 흐지부지되고 있는 것 같다.
과학이란 자연현상을 이해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고 생산된 지식을 기술로 활용하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 생활에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선택과 의사 결정을 하는 자세와 행위까지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국가와 기업 등 모든 조직과 개인 생활에서 과학적인 의사 결정과 합리적인 생활양식이 보편화될 때 진정한 과학기술 중심사회가 되는 것이다.
올겨울 유난히 춥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단순히 기온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이 큰 계절이라 몸은 움츠러들고 체감온도는 그만큼 더 낮아지는 것이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합리적인 생활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실내온도를 낮추고,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내복을 꺼내 입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시스템으로 우리 모두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녹색성장의 실천 운동이다.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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