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화재로 숨진 강호순(38)의 네번째 부인 장모(당시 28세)씨 유족들은 2일 "사건 전후 강씨의 수상한 행동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강씨가 방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당시 경찰에 이런 정황들을 적극적으로 알렸고 검찰과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묵살 당했다"면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장씨의 두 동생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 강씨는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 황급히 빠져 나왔다고 보기에 의심스런 행동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그 해 11월 작성한 탄원서에도 이 같은 의혹이 조목조목 지적돼 있다.
유족들은 우선 화재 당시 강씨의 탈출 정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장씨의 여동생은 "강씨가 작은 방에서 아들과 잠을 자다 불이 나자 방범창을 발로 차고 나왔다고 했는데 그 와중에 어떻게 점퍼까지 챙겨 입고 나올 수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방범창은 휘어지거나 부러진 게 아니라 원형 그대로 떨어져 나갔고, 방범창을 고정시키는 콘크리트 나사도 12개 중 2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콘크리트 못을 미리 빼놓았다가 불이 나자 빠져 나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부인과 금실이 좋았다"는 강씨측 주장과 달리 부부 관계가 원만치 않았는데, 사건 한 달 전부터 강씨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당시 강씨가 농장을 한다며 많은 빚을 지고 수입은 전혀 없었으며 장씨가 스포츠 마사지로 번 월 150만원 가량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 때문에 다툼이 잦았고, 강씨가 부인에게 손찌검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 한 달 전부터 갑자기 강씨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 유족들의 주장이다. 실제 강씨는 이후 부인 명의로 거액의 보험을 들었고, 화재가 나기 5일 전 혼인신고도 했다. 장씨의 여동생은 "그때부터 뭔가 계획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에도 강씨의 의심스러운 행동은 이어졌다. 장씨 남동생은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던 강씨가 이날 통닭과 맥주 5병을 사와 어머니, 누나와 나눠 마셨다"면서 "어머니와 누나도 술을 못 마시는데 술 기운 때문에 불이 난 뒤 빠져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밖에도 ▦당시 장씨 휴대폰 사용료를 두 달 미납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는데 거액의 보험을 든 점 ▦강씨가 화재 직후 처가쪽에 "보험 같은 것은 든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장례를 마치자마자 사망신고를 하고 몰래 보험회사에 사망을 통보한 점 등을 방화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유족들은 "강씨가 보험 가입 사실을 속여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장씨 휴대폰으로 D생명에서 보험약관 내용에 관해 설명을 해와 보험을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강씨는 이 사실을 알고 사망신고 이틀 뒤 장씨 명의 휴대폰을 바로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점이 있어 6개월 정도 내사를 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화인불명'이 나오는 등 별다른 물증을 잡지 못해 종결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강씨를 체포한 뒤 이 화재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강씨가 가입한 S화재 보험관계자는 "만약 방화로 밝혀질 경우 강씨가 타 간 보험금은 회수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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