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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의자 얼굴 공개 포퓰리즘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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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의자 얼굴 공개 포퓰리즘 경계를

입력
2009.02.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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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 피의자 강호순 씨의 얼굴사진 공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언론은 보도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 사회적 합의를 가장 중시해야 하며,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아직 그러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에 따른 공익과, 수반될 사회적 비용에 대한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27조)은 여전히 사회적 합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들이 얼굴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웠다. 우리 헌법 표현의 자유(21조)에서 유추되는 국민의 알권리는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민주국가의 본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공인(公人)에 한해 엄격히 적용된다. 얼굴을 보고 싶어 하는 국민이 많다는 이유로 이를 게재하는 것은 호기심 충족과 감정의 흐름에 영합하는, 일종의 포퓰리즘이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언론의 사명과는 다르다.

얼굴 공개는 피의자의 여죄 수사,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보상, 유사 범죄 예방 등 공익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실질적 효과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달래는 것이 소중하지만, 얼굴 공개로 인해 피의자 주변에서 무고한 피해자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 등의 언론이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지만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피의자의 가족과 친지 등에까지 적개심이 발산되지 않는 문화, 피해를 제대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 등 그들 나름의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다.

강 씨의 얼굴을 공개한 일부 언론이 앞으로 유사한 경우에 피의자의 얼굴을 경쟁적으로 공개하는 경향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지난 날 피의자의 신상을 마구 보도했던 언론이 2005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이를 자제해온 것은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보고 싶어 한다고 다 보여주고, 알고 싶어 한다고 다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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