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보니 지난해 4분기 석 달 간은 그래도 행복했던 것 같다."
지식경제부 정재훈 무역정책관은 2일 수출입동향 브리핑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년 동월 대비 32.8% 감소한 1월 수출액(216억9,000만달러)이 얼마나 참담한 수치인 지를 표현한 것이다. 지난해 연말도 안 좋은 상황이었지만 지금보단 나았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1월 수출 증감률은 사상 최대 감소세를 기록했다.
월별 수출입 통계가 잡힌 1980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것. 지난해 7월 409억6,000만달러 수출액과 비교하면 6개월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기도 하다. 절대치로 봐도 2005년 2월(204억달러) 이후 최소치다.
■ 수출감소, 갈수록 설상가상
더구나 이러한 수출 하락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급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27.6%에 달했던 수출 증가율이 11월에는 -19.5%로 추락, 마이너스대로 진입한 데 이어 올 1월엔 -32.8%까지 무너지는 등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50%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언제 플러스로 상승 반전할 지 기대하긴커녕 지금으로서는 언제 이러한 하락세가 멈출 지 가늠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문제는 수출 회복을 위한 답이 안 보인다는 데 있다. 특정 업종이나 품목만 나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업종과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13대 주요 수출품 가운데 가전 컴퓨터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은 수출 감소율은 무려 50%를 넘었다. 반도체 액정디바이스 석유화학 일반기계 석유제품 섬유류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도 모두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선박만이 유일하게 증가세를 지키고 있지만 1월 선박 수출액 26억6,000만달러는 지난해 12월 수출액 51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48%나 감소한 것이다. 과거에 수주한 선박에 대한 인도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당장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겠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수주 실적이 거의 없다는 점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프리미엄 전략도 안 통해
가전이 가장 큰 수출 감소세를 기록한 점도 의외다. 가전 수출액이 65%나 감소한 것은 대형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엄 제품은 불경기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고, 이에 따라 우리 주요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불황 타개책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마케팅 전략 조차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별로 봐도 틈새 시장조차 노릴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먼저 가장 큰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1월1~20일 기준)이 32.2%나 줄었다. 대중 수출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 30%대의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을 제치고 두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 된 유럽연합으로의 수출도 46.8%나 줄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릴 것 없이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어 어느 시장에 수출 전략의 초점을 맞출 지 난감한 형국인 것. 그나마 희망을 찾자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내외여서 아직 미약하나 대양주로의 수출이 지난해 40.5%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도 39%나 증가한 점 정도다.
지경부는 "세계 경제 침체로 급증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출 애로를 적극 해소하기 위해 총력수출지원단을 중심으로 품목별ㆍ지역별 수출입 상황 점검과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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