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모든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선언은 갓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를 향한 우회 메시지라고 외국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이들은 과거 평양이 핵 위협이나 '칼을 휘두르는'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거나 국제적 고립을 피하는 전략을 취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오바마 정부를 '흔들어' 자신들의 존재감을 '일깨우기' 위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조평통의 성명을 "이웃을 상대로 한 '말의 돌격(verbal onslaught)'"이라고 평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초 오바마가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리 근 외무성 미국국장 등을 뉴욕에 보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특사로 파견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오바마 정부에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에서 북한 문제가 경제위기와 중동문제에 밀려 후순위로 다뤄질 것으로 전해지자 긴장감을 조성, 북한문제를 급박하게 몰고 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조평통의 성명도 대북관계가 '한가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의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법학부 교수는 "북한이 오바마 정부의 어젠다로 보다 빨리 접근하기 위해 일본 및 한국과의 관계를 파기하려 하고 있다"며 "(조평통 성명은) 오로지 미국에 보내는 북한의 메시지"라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지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과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군사적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위협을 높인다고 해서 심각한 적대적 행위가 임박했다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서해에서 한국 정부와 전술적인 무력 대치를 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조평통의 성명 발표를 "오바마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미국에 전한 것이고 향후 진행될 북미 협의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문제에서 미국과 조율하는 한국의 입장을 옹색하게 만들어 한국의 입김이 최소화하는 결과를 낳도록 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최근 행보는 오마바 정부를 겨냥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타격, 북한 체제 결속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세계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올해 북한 경제가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체제 결속을 위해 대남 대결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조평통의 이번 선언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는 "한반도의 안보와 안정에 실제적인 위협이 나오지 않는 한 이번 (조평통) 성명만으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