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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난 아직도 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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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난 아직도 꿈이 많다"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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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자만 대면 전국민이 알 법한 '야구 영웅' 박찬호(36ㆍ필라델피아 필리스). 그만큼 자존심도 강하고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기만 할 것 같던 그가 확실히 변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더니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눈물까지 훔쳤다. 급기야 미국에서의 개인훈련 대신 국내프로야구단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최근 박찬호의 행보 하나하나가 이슈가 될 만큼 그의 변화는 팬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30일 일본 미야자키의 사이토 구장에서 두산 선수들과 함께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박찬호를 만났다. 박찬호는 지난 14일부터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 영웅의 눈물? 사실 부끄러웠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박찬호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과 함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도 은퇴지만, 그칠 줄 모르는 그의 눈물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2주 전 기억을 떠올린 박찬호는 "지금 생각하면 쑥스럽고 부끄럽다. 사실 뉴스가 나간 후 어머니한테도 혼이 좀 났다"고 했다. '쪽 팔린다'는 솔직한 표현도 함께였다.

"대표팀에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끝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빙긋이 웃어보인 박찬호는 "2007년에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도 떠오르면서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 박찬호가 변했다?

'변했다'는 말에 박찬호는 "성숙해지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소위 잘 나가던 시절에는 어리기도 했기 때문에 거만한 모습을 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담담하게 밝힌 박찬호는 "인생을 통틀어 아직도 목표와 꿈이 많기 때문에 지금도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107승 투수로서 아직도 못다 이룬 그의 꿈은 뭘까. 새 팀에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는 것? 박찬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현지 언론을 통해 희망적인 전망도 나왔다고 하지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가슴 속에 확신을 품었기 때문에 이제는 조바심내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하루하루에 충실해야지요." 해변 구보로 아침을 여는 박찬호는 일기장을 빼곡히 메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 국내 복귀 땐 여러 팀서 뛰어 보고파

우리나이로 서른 일곱.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다. 박찬호는 일단 '힘 닿는 데까지' 마운드를 지킬 계획. 대신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자 하는 그는 "군대 갔다 온 큰아들을 맞는 심정으로 국내팬들이 맞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지명권을 가진 한화말고도 여러 팀에서 던져봤으면 하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 박찬호는 "몇 해 전 한화 관계자한테도 한화에서 뛴 뒤 다른 팀에서도 뛸 수 있는지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면서 "그런 조건을 갖고 한국에 들어오면 어떨지 궁금하다"고 했다. 물론 "복귀해서도 잘 던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30여분의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공을 쥔 박찬호는 "WBC에 못 나가는 게 아직도 아쉽지만 김광현, 류현진, 김태균이 제2의 박찬호, 서재응, 이승엽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찬호는 오는 1일 한국으로 돌아가 아내 박리애씨의 출간기념회를 준비하는 등 주변 정리를 마친 뒤 6일 또는 7일 소속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미야자키=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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