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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색성장' 전략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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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녹색성장' 전략의 문제점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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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 발전전략 으로 제시한 이래 저탄소 녹색성장은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그 연장선에서 1월 6일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이 발표되었고, 15일에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입법예고 되었다. 이제 곧 대통령 소속의 녹색성장위원회가 구성돼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심의하게 될 것이라 한다. 언뜻 이러한 흐름은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우리 사회가 상당히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녹색뉴딜 일자리 96만개 중 96%가 건설ㆍ토목을 위주로 한 단순 노무직에 불과하다, 신산업 육성은 거의 없다, 재원 조달 계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기획재정부가 해명자료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녹색뉴딜사업이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한 사업목적으로 생각했을 뿐 양질의 전문 기술적 일자리를 주된 요소로 삼은 것은 아니라든가,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건설토목 사업이 많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은 정부의 잘못된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정부는 뉴딜사업이 "일자리 창출용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이라고 잘못 파악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정부가 주목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사업의 핵심은 테네시강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사업이 아니다. 사회보장 및 연금 제도, 노동조합 설립 지원, 실업수당, 장애인 보조, 부유세법 도입 등 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확장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데 있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사업을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거래"라고 말했다.

오바마 새 정부도 바로 이러한 이해에 기초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라는 현재의 시대적 맥락에서 '녹색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동안 청정에너지 개발에 해마다 150억 달러씩을 들여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고 성장의 열매를 낮은 곳에 있는 국민에게 나누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신경제재단의 보고서도 녹색 뉴딜의 핵심은 에너지체제의 전환이며, 이를 위해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일한 이름의 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을 비롯해서 녹색 SOC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토목건설사업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이런 사업에 32조원 이상이 배정된 반면 녹색경제의 핵심인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 예산은 2012년까지 3조원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엇이 녹색인지, 왜 이러한 사업이 녹색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환경에 관한 사업이 모두 녹색사업은 아니다. 4대강 정비사업의 주요 목표가 홍수방지나 수질개선이라면 애초부터 이 사업은 잘못 설계된 것이다. 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지적하듯 홍수피해는 4대강이 아니라 강원도 지천에서 발생하고 4대강 수질오염을 개선하려면 본류로 들어가는 지천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도랑 살리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천변에 조경사업을 보기 좋게 하는 게 하천생태계를 끊어버리고 생물다양성을 훼손하는 작업이라면 그것은 녹색일 수 없다.

또 자전거가 아무리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고 해도 4대강에 제방을 쌓고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게 녹색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가 도시의 기존 교통수단을 대체해서 이산화탄소 배출과 여타 대기오염물질 저감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말뿐인 녹색에 그치지 않으려면 녹색가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맥락 전체가 녹색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진정성이 느껴지고 사회적 신뢰가 쌓이게 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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