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전투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게 승리할 수 있지만, 아프간 전쟁 전체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이라크에서 발을 빼는 대신 아프간 전선에 병력을 증파하려는 미국 새 정부의 정책이 자칫 ‘오바마의 베트남 전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현재 3만명 수준인 아프간 주둔군을 6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뉴스위크의 지적은 아프간의 상황이 미국에 치욕적 패전의 상처를 남겼던 베트남과 유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베트남 주둔 미군의 증파를 결정했을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자신의 강인함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점이 비슷하다.
거기에 베트남, 아프간 등 미국이 ‘구원’하겠다는 국가의 정부가 무능, 부패해 정통성이 약한 것이 닮았다.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전세계 은행 금고에 아프간 정치인의 돈이 가득하다”고 밝혔지만 전체 인구의 70%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할 정도로 아프간 주민의 삶은 빠듯하다.
뉴스위크는 아프간에 정상적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명분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아프간은 오랫동안 외침을 겪으며 국가라기보다는 여러 부족의 연맹 상태로 유지돼 왔을 뿐이며 지역 지도자들이 카불의 중앙정부보다 더 강력하다.
미국이 상대할 탈레반이 외국 군대와의 전쟁에 익숙하고, 궁지에 몰리면 쉽게 국경을 넘어 은신할 수 있다는 점도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과 유사하다.
뉴스위크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소탕, 장악, 재건의 3단계를 성공해야 하는데 탈레반을 소탕은 할 수 있어도 장악, 재건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간에는 뿌리깊은 반외국정서가 있는데다 탈레반의 엄격한 도덕주의가 주민의 호응을 얻고 있어 장기간 아프간 지역을 장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안보ㆍ발전평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탈레반은 1년 전 아프간의 54%를 장악했으나 그 세를 확장해 현재는 72%를 장악하고 있다. 수도 카불로 향하는 간선도로 4개중 3개가 탈레반의 수중에 있다.
베트콩이 미군의 공격을 피해 이웃 라오스로 피신, 전력을 재정비했듯 탈레반 역시 미국의 공격이 집중되면 언제든 파키스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파키스탄에 은신한 탈레반 사령관이 부하들을 아프간으로 보내면서 “전황이 어려우면 핸드폰으로 연락해라. 즉시 구출하러 가겠다”고 약속했을 정도다. 게다가 아프간은 세계 최대 아편생산국이기 때문에 탈레반의 자금은 베트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넉넉하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성취하려는 목표의 본질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아프간 사람들이 미국을 도움이 되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로 여기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미국인의 70% 이상이 오바마 정부를 지지하지만 아프간 전쟁과 관련해서는 48% 정도만이 희망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2010년까지 아프간전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미국 중간 선거에서 오바마 정부가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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