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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도 영화처럼 미리 본다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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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시사회가 있다면 뮤지컬엔 쇼케이스가 있다.

영화 제작사들이 시사회를 통해 구전마케팅을 진행하듯 최근 쇼케이스나 백스테이지 투어,정식 무대 이전에 중간 과정을 공개하는 '디벨롭' 공연 형식 등으로 사전 마케팅에 나서는 뮤지컬 제작사들이 늘었다.

2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돈 주앙'의 제작사 엔디피케이는 지난 19일 쇼케이스를 열면서 그간 유사 행사에 언론만 참석시킨 것과 달리 공연 동호회와 팬클럽 회원들, 공연 관련 파워블로거 등 300여명의 일반 관객을 초대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주요 삽입곡을 선보이는 배우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누구나 찍을 수 있게 허용했고, 이후 공연 관련 카페나 블로그에 참여 후기와 행사 사진, 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공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이 제작사는 27일에도 같은 효과를 노린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성남아트센터 회원, 공연 관련 동호회 회원과 파워블로거 등 초대된 120여명은 일반 관객의 접근이 힘들었던 무대 리허설과 백스테이지를 살펴 볼 기회를 가졌다.

이 같은 쇼케이스는 국내 초연 뮤지컬의 제작사들이 최근 선호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작품의 정보를 빠른 시일 내에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어서다. '돈 주앙'의 경우 2006년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한 차례 소개된 적이 있지만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버전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2월 7일부터 3월 31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초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자나, 돈트!' 역시 30일 쇼케이스를 마련했다. 주요 넘버 소개와 함께 배우들의 장기자랑이 진행된 이 행사 역시 온라인 블로거들의 활약을 겨냥해 400여명의 초대 관객 누구나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관객의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트렌드로, 뮤지컬의 주요 타깃인 20, 30대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블로그나 카페에 관람 후기나 사진, 동영상을 직접 올리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이들은 또 공연을 선택할 때 동호회 회원이나 블로거의 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온라인 미디어 전문 업체 DMC미디어에 따르면 만 6~59세 네티즌 1,650명 중 48.5%가 파워블로그를 이용한 경험이 있으며, 그 중 공연.영화.여행 분야는 41.9%를 차지해 가장 즐겨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사 입장에선 쇼케이스 등 공연 개막 이전에 마련하는 행사는 흥행 측면 외의 이점도 있다. 지난해 제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한 차례 디벨롭 공연으로 선보인 바 있는 '마이 스케어리 걸'은 5월 30일부터 7월 19일까지 신촌 더스테이지 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의 경우도 공연 음악 4~5곡을 미리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2월 중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 예정이다.

'마이 스케어리 걸'의 제작사인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쇼케이스나 디벨롭 공연은 실제 공연은 아니지만 근접한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한국처럼 뮤지컬 시장이 좁고 실전 경험을 해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는 이러한 쇼케이스 등을 통해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 흥행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창작 뮤지컬 발전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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