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에게 살해된 지 2년여만인 3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비봉면 비봉IC 인근 도로가에서 유골로 발견된 배모(당시 45세)씨 시신이 안치된 경기 산본의 한 병원. 배씨의 아들은 연신 담배를 피웠고, 딸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아들은 "엄마가 아니길 바란다. DNA 확인 절차를 마칠 때까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씨의 남동생은 "누나가 이혼 후 생계를 꾸리려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며 "재혼을 두세 달 앞두고 실종되고 말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강호순이 암매장지로 지목한 4곳에서 시신을 찾아냈다. 2007년 5월과 이달 각각 발견된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와 여대생 안모(21)씨의 시신까지 합쳐 연쇄살인 희생자 7명 중 6명의 시체가 수습됐다.
용의자가 화성시 마도면에 묻었다고 진술한 재중동포 출신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는 암매장지에 골프장이 들어서 발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오전엔 주부 김모(당시 48세)씨와 노래방 도우미 배씨의 시신이 발굴됐다. 지난해 11월 살해된 김씨의 시신은 안산시 성포동 42번 국도변 야산에서 엎드린 자세로 발견됐다.
오후엔 경기 수원시 금곡동의 한 시냇가 갈대밭에서 2007년 1월 살해된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 유골이 발굴됐다. 포클레인이 언 땅을 파헤치기 시작한 지 1시간 반 만인 3시50분쯤 목뼈 부근에 스타킹이 감긴 앙상한 뼈들이 드러났다.
경찰, 취재진과 함께 천변에 길게 늘어선 40여 명의 주민들은 뼈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한 주민은 "날이 따뜻할 때는 마을 주민들이 산책로로 즐겨 찾는 곳에서 이런 끔찍한 범죄가 벌어졌을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엔 연씨의 친지로 보이는 6명이 나타났지만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꾸하지 않았다. 10분 뒤엔 화성시 삼화리 야산에서 연씨보다 나흘 앞서 살해된 회사원 박모(당시 52세)씨의 유골이 발견됐다.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시신들은 모두 옷이 벗겨진 채였고, 대부분 용의자가 교살 도구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스타킹이 목 부근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발굴한 시신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피해자 본인 여부 확인을 의뢰했다. 다음달 1일엔 용의자를 대동하고 각 암매장 지점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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