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이 지각변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세계 5대 D램 제조업체인 독일의 키몬다가 불황을 견디지 못한 채 현지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데 이어, 일본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그 동안 '치킨 게임(상대방이 물러설 때까지 질주하는 생존게임)'으로까지 비유된 업체들의 출혈 경쟁으로 반도체 시장은 공급과잉→가격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져 왔으나, 이번 지각변동으로 긴 불황터널이 종착역에 도달한 것인지 주목된다.
3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도시바와 NEC가 반도체 부문 통합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도시바가 주력 반도체인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 사업을 분사시켜 NEC의 반도체 자회사와 통합하는 협의가 현재 실무선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양 사는 2005년부터 최첨단 회로가공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어, 사업통합을 위한 환경도 용이한 상황이다. 도시바측은 최근 2008년 연결결산 전망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사업 분사화를 검토하고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양 사의 통합이 성사될 경우, 일본 반도체 업계 내에선 2003년 4월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가 시스템LSI 사업을 통합, 르네사스테크놀로지를 설립한 이후 약 6년만의 '빅딜'이 성사되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NEC는 후지쓰와 통합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지쓰는 주력 분야인 정보시스템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에 따라 2008년 LSI사업을 분사시켜 후지쓰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발족한 바 있는 데, 이를 NEC와 다시 통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도시바를 포함해 NEC와 후지쓰 등 3사 모두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대폭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 업체의 통합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1980년대 후반에는 세계 상위 10사 가운데 5사를 차지했으나 이후 대만과 한국의 후발업체의 급신장으로 고전하면서 NEC와 히타치제작소가 1999년 메모리사업을 통합한 엘피다메모리를 발족시킨 바 있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 역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 8위 업체인 프로모스도 경영난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프로모스는 다음 달 14일에 4,600억원 가량의 해외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지난해 초부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외부 지원 없이는 소생이 어려울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프로모스와 함께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내 파워칩과 난야 등의 통합을 전제로 지원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독일의 키몬다는 반도체가격하락에 따른 수지악화속에 지난주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생산업체들의 '치킨게임' 식 공급과잉으로 야기된 반도체 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오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추락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하나 둘씩 퇴출되거나 짝짓기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조정이 반도체시장 정상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급과잉상태를 해소하기엔 아직 역부족인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박현 연구원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구조조정 현상은 기본적으로 수요의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이 끝난다고 해도 반도체 시장 회복을 단언할 수는 없다"며 "키몬다의 파산 등으로 단기적은 가격 급등 현상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반도체 전체 시황이 회복하려면 다소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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