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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토목사업, 좀 더 앞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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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토목사업, 좀 더 앞을 바라보자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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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평균 수명의 획기적 연장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무어냐고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의학의 발전 덕분이라 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토목에 속하는'상하수도의 보급'이다. 주관적 주장이 아니라 모 과학잡지에 실렸던 내용이다.

토목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댐,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는 기간 산업이다. 특히 국가 재정으로 집행되고 고용 창출 및 후방 파급효과가 커서 가장 직접적이고 신속한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다. 미국이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을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해 탈출한 것은 널리 알려진 예다.

우리 정부도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에 적극적인데, 하필 '4대강 정비 사업'이 그 전면에 위치하고 있어 대운하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와중에 토목이'삽질'로 폄하돼 토목인의 한 사람으로 매우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정부가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토목 사업의 모델과 장래 비전을 함께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컸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일시적 투자 확대는 긴급히 필요하기도 하고 제한적 고용유지 효과도 분명히 있으나 고학력자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근 토목 업계 동향을 보면 일은 많아 수요가 있음에도 신규 채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3,4년 뒤에 할 일을 당겨서 하는 마당에 나중에 어찌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대졸사원 신규 채용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인센티브 도입 검토가 요망된다.

예산 때문에 손대지 못한 국가적 사업을 차제에 전면적으로 시행할 필요도 있다. '재해 예방을 위한 경사면 실태 조사 사업'이 그 예다. 전국토의 70%가 산인 우리 나라에는 국토 개발 과정에서 형성된 수많은 경사면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여름철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려면 전면적 기초 조사가 앞서야 한다. 이를 통해 재해 예방과 대졸자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또 도로 사면과 같이 방치되고 있는 기존 시설물을 활용,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도 강구했으면 한다. 동서축으로 형성된 도로와 철도 등의 성토 사면을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활용할 수 있다. 부지 매입 및 토목 공사 비용을 절감, 더 많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고 상응하여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요즈음 외국 동향을 보면 토목공학과 관련된 융합 기술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미래지향적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진동소자를 이용한 도로포장 공법으로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4차선 고속도로에서 1km당 400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빗방울의 충격을 진동으로 흡수하여 전기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중이다. 기술 개발이 주업인 필자로서는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나아가 선진국 교수나 전문가들은 토목공학의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의 뇌를 연구하고 의료 기술 및 장비를 개발하는 등의 의학 분야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요즈음 각광받는 치과의 임플란트 기술도 토목공학에서 비롯됐다. 상하수도 기술은 그 유사성으로 볼 때 혈관질환 치료기술에 응용될 수 있다. 토목인들의 상상력과 정부의 미래지향적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대북 SOC 투자를 통한 한국 경제의 활로 개척이라는 관점에서 남북 관계도 하루빨리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한다. 한반도는 대륙의 일부지만 분단된 남한은 섬과 같아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때문에 가장 미래지향적 투자는 대북 SOC 투자임에 틀림없다.

홍성영 (주)스마텍엔지니어링 사장 · 토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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