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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장모·전처 방화 살해' 혐의만은 극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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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장모·전처 방화 살해' 혐의만은 극구 부인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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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지난 2년간 경기 서남부에서 실종된 부녀자 7명을 모두 자신이 살해했다고 털어놓았지만 범행동기나 수법, 추가범죄 가능성 등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가장 큰 의문은 2005년 10월 강씨의 처가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당시 화재로 강씨의 부인과 장모가 숨지면서 강씨가 거액의 보험을 타 진작부터 방화 혐의가 제기됐다. 하지만, 연쇄 살인 행각을 털어놓은 강씨가 유독 이 사건만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강씨는 화재 발생 전 부인 명의로 4건의 보험에 가입한 데다, 화재 5일 전에 부랴부랴 혼인신고를 해 보험금 4억8,000만원의 수혜자가 됐다. 사고 당일에도 부부가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렸던 점 등으로 인해 유족과 이웃 주민들은 애초부터 강씨를 범인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강씨는 이미 극형을 면하기 어렵게 됐는데도, 되레 "당시 화재로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추후) 범행을 저질렀다"며 방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씨가 자신의 아이들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씨는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16,14세)을 키우고 있는데, 화재사건마저 털어놓을 경우 보험금을 몰수당하게 돼 아이들이 생활기반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강씨가 진술한 범행 동기도 미심쩍은 상황이다. 강씨는 화재사건 충격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1년을 방황한 후 여성들에게 살인충동을 느끼게 됐다"고 진술했지만, 자포자기 상태에서 치밀한 연쇄 살인을 계획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강씨의 여성편력으로 볼 때 살인 자체를 통해 성적 쾌락을 찾는 '쾌락형' 살인범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범행수법도 모두 강씨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어 풀어야 할 대목이 많다. 강씨는 7건의 살인 모두 노래방이나 버스정류장 등에서 여성들을 만나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스타킹, 타이즈,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좀 더 잔혹한 방법이 동원됐을 수 있다. 강씨가 타고 다녔던 에쿠스와 무쏘 승용차에서는 야전삽을 비롯해 해머와 쇠스랑, 도끼날, 청테이프 등이 발견됐다.

또 연쇄살인범들은 통상 잔혹한 살인 의식(儀式)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찰은 이날 발굴한 시신과 유골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정확한 사인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여성들이 모두 순순히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는 강씨의 진술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거짓말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강씨가 2006년 12월13일부터 25일 동안 무려 5명을 잇따라 살해한 뒤 2008년 11월까지 22개월 동안 살인을 중단한 것도 이상한 대목이다. 강씨는 "5차 범행 후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경찰 수사가 강화돼 꼬리를 밟힐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그 동안 경기지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가 단기간에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 등 '살인 중독' 증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과연 살인을 중단했을지 의문이다. 경찰은 강씨가 범행 무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기간 다른 시ㆍ도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 리스트를 파악하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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