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부녀자 7명을 납치, 살해한 범인 강호순(38)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여성들에게 접근한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인은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등 사이코패스(Psycho-pathㆍ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모습을 보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상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부녀자에게 접근, 성폭행하고 범행 사실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피해자들을 살해, 시신을 유기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2005년 화재로 아내가 숨진 뒤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범인의 진술도 성폭행 후 살인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치밀한 계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포자기한 사람이 성폭행을 한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면서 성폭행과 살인의 쾌감에 중독된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전문의도 "범인의 여성 편력이나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점,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볼 때 단순히 (배우자를 잃은) 심리적인 충격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범인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표창원 교수는 "타인의 감정, 정서,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태도 등 사이코패스의 일반적인 특성을 모두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길에서 여성을 유혹, 자신의 차에 태울 정도로 주위의 신임을 쉽게 얻어내는 것도 사이코패스의 특징이다.
범인이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보이고 있지만 사형을 면하는 등 판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박정선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가 처벌을 감해주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정석훈 전문의는 "유전적 소양과 양육과정에서 파생된 인격장애 '사이코패스'는 일상생활이 곤란하거나 망상, 환청 증상을 보이는 정신병은 아니다"라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신병과 사이코패스를 엄밀하게 구분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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