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이 엊그제 돌연 사임하면서 남긴 글이 지식사회에 큰 울림을 낳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성장 일변도에 빠진 현 정권이 '공부 혹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마저 입맛에 따라 뒤트는 실상이 부분적으로 드러나서다. 그의 정치적ㆍ학문적 지향과 경력을 문제 삼으며 처신이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정치사회적 공익이나 지식사회의 자존심을 거론한 것인 만큼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라도 사실관계를 분명히 짚고 따져볼 일이다.
크게 볼 때 문제는 임기제인 원장이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놓고 사임한 배경, 금산분리에 대한 입장 두 가지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허용하려는 정부 방침과 이를 반대했던 연구원의 입장이 논란의 단초였던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결국 하나지만 그렇다고 두 사안을 뭉뚱그려 생각할 것은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을 떠나면서'라는 이임사에서 그는 "(금융정책의 수준을 높이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두뇌집단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 금융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가 아니라 Mouth Tank 정도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정책이 지금처럼 이념화된 적도 흔치 않았다"며 "정책의 논의과정이 생략되고 사고와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이처럼 철저히 무시된 적도, 봉쇄된 적도 흔치 않았다"고 쏘아 붙였다.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 원장도 똑 같은 비판을 받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룹도 적지 않다. 금산분리의 적정성 시비에도 100% 정답은 없다. 하지만 학자적 양심과 품격을 인정 받는 그가 "정부정책을 앞장 서 홍보하지 않는 연구원장은 제거돼야 할 존재였다"고 말할 정도라면 '한국지성의 침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네르바 논쟁'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권의 정책목표와 방향이 바뀌면 씽크탱크 기관장들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금융연구원은 민간 은행들이 돈을 내서 만든 기관일 뿐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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