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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책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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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책의 자리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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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 "응, 봤어." 어젯밤 본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에 뜬 신경숙씨의 서재를 놓고 하는 말이다. 집이 서재고 서재가 집인, 그의 말처럼 그의 서재는 책으로 엮은 둥지 같았다. 나중에는 작은 도서관처럼 서재를 개방할 생각이라고 한다. 특히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기만의 서재를 그려보았을 것이다. 벽이란 벽에 책꽂이를 놓고 그것도 모자라 비디오 대여점처럼 호차를 단 이중 책꽂이를 맞추는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점점 집을 책에게 내준다. 폴 오스터의 소설 <달의 궁전> 속 주인공은 삼촌이 남긴 책들을 어찌하지 못해 책상자들을 깔아 침대로도 쓰고 탁자라도 쓴다. 여성민우회의 공기 님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 나도 얼마 전 두 권의 책을 받아 읽고 있다.

다 읽고 나면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필요한 이에게 전해주면 된다. 책을 빌려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책 주인의 습관도 알게 된다. 어떤 이는 읽은 부분을 표시하려 책 한 귀퉁이를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놓는다. 어떤 이는 꼭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긴다. 앞 동에 사는 소설가 박성원씨는 밑줄을 친다. 그의 책을 빌려 읽을 때면 웅덩이를 지나칠 때처럼 그가 밑줄친 곳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은근슬쩍 그의 생각까지 읽으려는 속셈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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