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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산세계문학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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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산세계문학총서

입력
2009.02.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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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한 문화재단이 외국문학 번역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두 가지 목적이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도 실업문제가 심각했다. 더구나 인문학 분야는 외국에서 박사를 따고도 갈 곳 없는 고학력 출신자들이 수두룩했다. 이들을 활용하자. 또 하나는 21세기를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우리의 외국문학은 셰익스피어-톨스토이-헤밍웨이로 이어지는 서구 대작 중심이었다. 이런 일제시대 식 외국문학 수용방식에서 벗어나자. 일본어판의 재번역이 아닌 원서를 직접 번역하기로 했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그렇게 태어났다.

▦작품부터 달랐다. 세계 고전이면서 너무 어려워, 길어, 아니면 상업성이 없어 소개하지 못한 것들로, 90%가 국내 초역이었다. 출판사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모험이었다. 대산문화재단이 번역비(작품당 400만~800만원)와 출판제작비(500만원)를 댔다. 인세 역시 전액 번역자 몫이었다. 작품을 고르고, 번역자를 공모해 작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01년 6월에야 18세기 영국의 전위소설인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 , 스페인어로 쓴 첫 멕시코 소설인 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의 <페리키요 사르니엔토> 등 다섯 편이 선을 보였다.

▦지금까지 63종 80권이 나왔다. 연말까지 11종 20권이 더 나오며, 번역 중인 작품도 39편이다. 베스트셀러는 <서유기> (10권)로 5만권 가까이 팔렸다. 이 작품 역시 대중성이 아닌 최초 완역이라는 '의미' 때문에 출판했을 뿐이다. 비교적 잘 팔리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 도 마찬가지다. 2007년 말, 영화 <색,계> 가 흥행하자 출판사(문학과지성사)는 설??? 원작자인 장아이링의 두 소설집 <경성지련> 과 <첫번째 향로> 도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결과는 씁쓸했다. <색,계> 가 실리지 않은 소설집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문학적 시야를 깊게, 넓게 하려는 사람이라면 '대산세계문학총서'를 반드시 지나가야 한다. <우신예찬> 은 여러 곳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에라스무스가 극찬한 프랑스 풍자소설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의 한글판은 오직 한 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일본 고전소설의 한 쪽 날개인 <헤이케 이야기> , 질곡의 유고슬라비아 현대사를 그린 이보 안드리치의 명작 <드리나 강의 다리> 도 그렇다. 그래서 기획을 맡은 소설가 이인성은 물론 작가 최인석 김종광 전성태도 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좀 건방진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 역시.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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