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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경찰 미적거릴 때 '스타킹 살인'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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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자 7명 연쇄살해/ 경찰 미적거릴 때 '스타킹 살인' 계속됐다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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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38)이 2년에 걸쳐 경기 서남부 지역을 휘저으며 살인 행각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죄피해가 의심되는 데도 단순 가출로 판단, 초동수사에 늑장을 부린 정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녀자 실종의 경우 접수단계부터 범죄피해를 염두에 두는 쪽으로 수사규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희생자들의 실종을 애초 단순 가출로 치부해 조기 해결의 기회를 놓치거나 심지어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첫 번째 희생자인 노래방 도우미 배모(당시 45세)씨의 가족은 2006년 12월13일 배씨가 실종되자 8일이 지난 같은 달 21일 경찰에 실종신고 했다. 경찰은 그러나 신고 18일 만인 2007년 1월8일에야 실종자 수색작업과 금융거래내역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당시 실종신고가 8일 만에 접수됐고, 배씨가 여러 차례 가출한 전력이 있어 단순 가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2006년 12월24일 두 번째로 변을 당한 다른 노래방 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 가족들이 나흘 만인 28일 실종사실을 알렸지만, 열흘이 지난 2007년 1월8일에야 통화내역 조회에 들어갔다. 대수롭지 않은 단순 미귀가로 판단했던 경찰은 당시 두 경우 다 화성시 비봉면에서 휴대폰 전원이 끊긴 뒤 다시 연락되지 않는 등 범죄피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2007년 1월6일 안양에서 강씨에게 유인돼 살해당한 또 다른 노래방 도우미 김모(당시 37세)씨의 경우 경찰이 '쉬쉬'하다 1년여 뒤인 지난해 3월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사건을 취재 중인 언론에 들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경찰은 배씨와 박씨,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 회사원 박모(당시 52세)씨 등 4명이 2006년 12월부터 2007년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실종돼 경기 서남부 연쇄실종사건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되자 연쇄사건의 피해자가 추가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를 감추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경찰이 이들 실종자들에 대해 뒤늦게 수사에 들어간 것은 실종사건의 경우 대부분 전산수배 정도로 그치고 실제 수사에는 들어가지 않는 관행 때문이다. 경찰은 실종사건 가운데 범죄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행방불명자로 분류해 신고접수 24시간 내 수사에 착수하는데, 수사에 들어갈 확률은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이상원 교수는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대부분 연쇄범행으로 이어지기 쉽고 피해자도 당일을 전후해 피살되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이 때문에 부녀자를 상대로 한 납치나 실종은 초동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장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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