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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5> 그린카로 샌드위치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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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5> 그린카로 샌드위치 벗는다

입력
2009.02.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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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업스트림-생산-다운스트림' 全과정 그린化

국내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단일 자동차 생산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522만㎡)이다.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였던 시대에는 이런 규모의 경제가 큰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산업 환경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재 휘발유 1ℓ에 8㎞를 가는 미국산 자동차를 2020년까지 15㎞ 이상 갈 수 있게 연비를 높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0% 이상 줄이는 정책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자동차의 경쟁 요소가 기존의 가격과 성능에서 연비와 환경친화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 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일본과 유럽 등 경쟁국의 친환경차 기술 선점으로 자동차 산업의 녹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대차 울산공장도 이런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비책을 '녹색 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서 찾고 있다.

'베라크루즈'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울산 제2공장의 도장 공정이 대표적이다. 이 곳은 최근 축열식산화장치(RTOㆍRegenerative Thermal Oxidizer)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RTO란 공장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섭씨 800도로 소각ㆍ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220도에 달하는 열의 50%를 재회수해 세라믹 소재에 축열함으로써 폐가스 처리 과정에서 열효율을 극대화하는 설비다.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더러, 기존 스팀 생산에 사용되던 에너지의 50%를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이미 2007년 기후변화 대응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수립했다. 2012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05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이 1차 목표이다. 2017년에는 2005년 대비 10% 감축하는 로드맵을 설정했다.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전체 공장의 온실가스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생산공정 및 에너지 사용 특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녹색 경영은 대기관리, 수질오염관리, 폐기물관리 세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울산공장은 24시간 대기오염 자동측정 감시소를 8곳 운영하고 있고, 세정ㆍ집진시설 등도 341곳이나 설치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먼지의 경우 기준치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양만 배출되고 있다. 수질관리 시스템도 오·폐수 병합처리장 3곳, 도장폐수처리장 8곳 등을 갖췄다.

덕분에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SS), 노르말핵산(N-H) 등의 배출 농도는 모두 규제치의 5~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울산 시민의 젖줄인 태화강이 전국의 수영 동호인들이 모여 해마다 대회를 열 만큼 생태하천으로 급격히 변신한 것은 이런 현대차의 녹색 경영 덕분이다.

현대차는 또 '대ㆍ중소 그린 파트너십'을 통해 기왕이면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은 그린 부품을 우선 구매하는 '녹색 구매'도 추진하고 있다.

납품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의 구매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녹색 부품의 사용을 늘려가다 보면 결국 '그린카' 개발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원가회계에서 환경회계로의 전환, 경량화 및 재활용을 위한 '그린 디자인' 확대, 폐차 때 고부가가치 자원 회수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자동차의 '업스트림-생산-다운스트림'에 이르는 전 과정의 녹색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황수일 환경방재팀 부장은 "울산공장은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 사용, 폐기 전 과정에 걸쳐 자원 및 에너지의 사용과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성과를 협력업체에도 파급시켜 전체 자동차 산업의 녹색 전환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반기 하이브리드카 양산… "4대 그린카 강국으로"

자동차 산업 녹색 전환의 핵심은 역시 최종 제품인 자동차의 친환경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나 에너지를 덜 쓰면서 달리고, 오염물질 배출도 적은 자동차를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을 목표로 친환경차 개발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들의 독주를 막고 급성장하는 중국, 인도 등 후발업체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현대차 입장에서 친환경차 개발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그린카 개발을 적극 지원키로 함에 따라 현대차의 환경경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의 환경경영은 저공해 친환경차의 개발부터 폐차에 이르는 이른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과정에 걸친 환경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개발은 물론, 재사용 및 재활용이 가능한 부품 개발도 이런 경영이념의 일환이다.

1990년대 초부터 친환경차 개발에 돌입한 현대차는 쏘나타 전기차, 베르나 전기차 등 과도기를 거쳐 현재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연료전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조기에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차 양산 시점을 올해 하반기로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준중형급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차 양산을 시작으로 2010년 중형차종 휘발유 하이브리드차로 라인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또 연료전지차 개발에도 속도를 내 2012년부터 연료전지차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2000년 6월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연료전지 개발을 본격화한 현대차는 같은 해 11월 싼타페를 모델로 연료전지차를 처음 선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1, 2차 협력업체 뿐 아니라 벤처업체 육성을 통해 일본에 뒤쳐진 부품 기술을 동반 성장시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하이브리드차의 핵심 부품인 하이브리드 변속기, 모터, 인버터, 리튬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7개 1차 업체와 함께 기술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그린카 육성 방향/ 中企 참여로 첨단 부품·소재 국산화

정부 그린카 육성 사업의 방향은 '핵심ㆍ원천기술 확보'와 '부품업체 기술역량 강화'로 요약된다. 정부 정책에는 그린카 개발에 따른 위험 부담을 감안, 중소 부품업계의 연구 참여를 유도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첨단 부품ㆍ소재를 국산화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는 우선 유로6 및 이산화탄소 규제에 대응한 클린디젤차 개발과 배출가스 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부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열효율 60% 달성을 위한 차세대 클린엔진 신연소 기술 및 고효율 동력전달 시스템이 중점 과제이다. 또 그린카 공동 핵심부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강도, 초경량 융ㆍ복합 소재 기술, 그린카용 융ㆍ복합 차체 부품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크차 조기 양산 추진에 나서 당초 목표였던 2015년을 2013년으로 앞당길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올해 7월부터 양산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민간 소비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개별소비세ㆍ교육세ㆍ취득세ㆍ등록세를 최대 270만원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저공해 경유차나 천연가스(CNG) 버스를 살 때는 차종에 따라 200만~1,850만원을 지원해준다. 하지만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부처별로 그린카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그린카 개발·보급을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등이 따로 추진하는 바람에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그린카 사업 추진 기구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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