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의 자백을 끌어낸 결정적 증거는 그가 운영하는 수원시 당수동 축사에서 나온,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점퍼였다. 살해와 암매장에 쓴 것으로 보이는 식칼 곡괭이 등도 발견됐다. 축사가 사실상 연쇄살인 행각의 '베이스캠프'로 활용된 것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강씨를 체포한 직후부터 이 축사에 주목했다. 마지막 희생자인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여성 7명이 실종되거나 암매장 된 곳이 이 축사의 반경 7km 이내였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여대생 연모(당시 20세)씨의 실종 지점은 축사에서 1.2km 거리이고, 2006년 12월 실종된 노래방도우미 박모(당시 37세)씨가 암매장 된 야산 역시 축사에서 2㎞가 채 되지 않는다. 실종 여성 3명의 휴대전화가 꺼진 것으로 확인된 화성시 비봉IC 주변도 6∼7㎞ 거리에 있다. 차로 달리면 10분도 안 걸리는 지척이다.
이 지역은 수원, 안산, 화성, 군포 등 4개시의 경계지점이자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외곽 지역으로, 방범초소나 CCTV가 설치되지 않아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축사 주변에는 국도 42호선과 39호선, 의왕-고색 고속화도로 등 광역 도로망이 연결돼 강씨가 여성들을 납치, 살해하고 눈에 띄지 않고 시신을 처리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강씨는 형과 함께 2006년 봄부터 월 1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축사를 빌려 소 20여마리와 돼지 10여마리를 키웠다. 그러나 이웃들에 따르면 형은 축사에 거의 들르지 않아 강씨가 축사를 범행의 아지트로 사용하기에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강씨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이 곳에 벗어둔 점퍼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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