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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선거도 아니고…

입력
2009.02.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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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협 회장선출 절차 무시 졸속진행

[스포츠한국]

민주주의 경선이라면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29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협회(KBA) 제20대 회장 선출은 당연한 절차도 무시된 채 졸속으로 진행됐다.

이날 후보는 민경훈(71) 전 회장과 강승규(46) 한나라당 국회의원. 민 전 회장은 공식 출마를 선언했지만, 강 의원은 일부 대의원들의 추천만으로 후보에 올랐다.

강 의원 측 한 대의원이 강 의원의 약력을 돌리자 곳곳에서 "투표 당일에 후보의 신상명세를 돌리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후보가 공약을 발표하는데 강 의원은 대체 어디 있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후보 2명을 놓고 무기명 투표를 할 것이냐, 1명만 추대할 것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대의원 20명은 돌연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30여분의 회의 끝에 내린 결정은 강 의원의 회장 추대. 강 의원을 추대하자는 의견이 11건, 민 전 회장 추대 의견이 9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기명 투표를 거치자는 의견은 철저히 묵살됐다. "전례가 없었다. 투표를 치르면 양 후보의 명예만 실추된다"는 게 이유였다.

한참 뒤 당선 소식을 접한 강 의원은 그제서야 회의장에 들어서 대의원들에게 악수를 건넸다. 이때 민 전 회장이 임시 의장을 통해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투표를 하자"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민 전 회장을 지지하던 대의원들이 "이미 끝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날 KBA의 주먹구구식 회장 선출은 사전에 경선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협회 측에 1차 책임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대의원들의 태도다. 후보 2명을 두고 유권자 20명이 치르는 무기명 투표는 결코 복잡한 절차가 아니다.

양준호 기자 pires@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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