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에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그 만큼 새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증거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해 경제 회생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경제 현실이다. 이렇게 경기 침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수출은 물론이고 내수까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위기로 수출이 급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가 급전직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 절실
민간부문의 유효수요가 크게 부족하면 경제의 자생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소득이 감소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해외 발 금융충격이 재연되면서 가계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침체되고 있다. 기업부문도 재고가 급증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유효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극도로 취약해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나서서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펴는 것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둘째, 경기부양책이 적시적소에 이루어져야 한다. 경기부양책 중에는 특히 정책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재정확대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적게 나타나고 유효수요 창출에 효과적이다. 재정투입은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사업과 신속한 투입이 가능한 사업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속한 집행을 위해서는 이미 계획되어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즉시 투입이 가능한 사회안전망 투자가 적합하다.
통화정책의 경우 아직 유동성 함정이 나타난 정도는 아니지만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구조조정 등 다른 조치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통화를 풀더라도 기업의 신용위험이 시장에 팽배해 있는 한 기업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신용위험을 줄여주는 한편으로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추가적으로 금리인하를 한다면 소기의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내수부양으로 인해 발생할 국제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는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셋째, 정책의 실행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경기냉각 속도가 워낙 가파른데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극심해 웬만한 정책대응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정책에 대한 시장의 전폭적인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이 정부의 정책방향을 믿고 그에 반응해야만 한다.
신뢰는 정부가 강력한 정책의지를 보이고 실제로 구체적인 추진을 통해 실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서 쌓인다.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힘든 대책들을 양산하기보다는, 한 가지 대책을 내놓더라도 당장에 실행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그것도 과감하게 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이 신속하게 집행되려면 경제팀은 물론이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유기적인 정책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환율, 금리, 구조조정 정책 등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혼선들이 재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장의 신뢰 쌓아야
위의 조건들은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계속 지적되어 왔지만 충족되지 못해 아쉬웠던 것들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은 정부가 쥐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책 대응이 거시경제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년 후 이맘 때, 새 경제팀의 정책이 정말 훌륭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