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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무대 대표주자 '이장혁' 2집-그룹 '재주소년' 미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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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무대 대표주자 '이장혁' 2집-그룹 '재주소년' 미니앨범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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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누구에겐 생동감으로 표현되는, 말 그대로의 봄이지만 어떤 이에겐 겨울보다 시린 '겨울 같은 봄'일 수 있다. 누구는 파란 새싹을 떠올리며 생명을 느끼는 봄이지만 다른 이는 그 생명 사이에서 더욱 초라해지는 존재감에 죽음 같은 외로움으로 치를 떤다.

카랑카랑하지도 않으면서 진득하게 귀에 달라붙는 어쿠스틱 풍의 연주는 같지만 서로 다른 봄의 모습을 그린 최근 출시 앨범 2개가 시선을 잡는다. 까만 CD표지의 색깔처럼 어둡게 봄을 노래한 이장혁의 2집 'vol.2'와 두근거리는 소년의 가슴이 느껴지는 재주소년의 미니앨범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이다.

■ 이장혁이 그린 검은 봄

1990년대 국내 인디 무대의 대표주자인 이장혁이 2004년 첫 독집 발표 후 4년의 고심 끝에 낸 신보는 결코 치유되지 않을 젊음의 상처와 봄에 관한 이야기이다. '연예인이나 스타의 앨범이 아닌 음악가의 앨범'(임진모)이라는 음반평을 받아온 그는 시종일관 우울한 봄에 천착했다.

통기타의 여린 스트로크로 시작되는 첫 곡 '백치들'에선 '운다고 달라지나요, 우린 또 멀고 먼 길을 끝없이 걸어야 해요'라는 쓰디 쓴 가사를 읊조린다. 단순한 코드진행과 체념적인 단어들, 어린 목소리의 코러스가 눈물을 돋운다.

'오늘밤은'에선 비극의 상징으로 '코끼리사나이'를 등장시킨다. 타이틀인 '봄'에선 '미쳐가는 봄밤 그댄 또 어디서…'라며 우울한 봄을 그리지만 동시에 '봄이 오는 언덕을 향해 페달을 밟아'라고 희망을 섞었다. 기타, 피아노, 첼로의 단순한 조합이 쓸쓸한 봄의 기분을 감돌게 한다.

루비살롱 레코드의 이규영 대표는 "이장혁이 몸이 안 좋은 적이 있어서인지 울컥하며 어두운 감성을 표현해 왔다"며 "이번 앨범은 좋지 않은 상황, 어두운 봄을 걱정하는 사람들에 바치는 송가"라고 말했다.

■ 재주소년이 안내하는 봄날 바다

데뷔곡 '눈 오던 날'로 2003년 음악계의 주목할 만한 신인으로 떠올랐던 유상봉, 박경환의 2인 그룹 '재주소년'의 신보는 이장혁과 마찬가지로 봄을 연상케 하는 음악들로 채워졌다.

다만 유영하는 돌고래가 담긴 CD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투명한 바다의 이미지(재주소년의 고향은 제주이다)와 조화를 이루는 이들의 곡엔 어두움 대신 순수한 봄, 그대로의 봄이 자리 잡혀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작곡가 오태호의 음색이 떠오르는 담백한 보컬 자체만으로 봄의 풍경이 쉽게 떠오른다. 세상의 때가 지겹거나, 혹은 그 때에 더럽혀지지 않은 이의 봄을 준비하는 앨범으로 적당하다.

정규 4집 제작에 앞서 먼저 선보인 이번 미니앨범에선 '아침을 기다리며' 같은 기타 연주곡이 봄 바람이 부는 바다로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인도한다.

앨범의 싱글트랙인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는 은희경의 동명소설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심플한 다운 스트로크의 기타반주가 경쾌한 봄을 떠올려준다. 재주소년은 "타이틀곡에서 주인공이 을씨년스러운 주변을 담담히 묘사하지만 따뜻한 봄이 온다는 기대가 담긴 곡"이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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