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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8> 대우캐피털 '여우회' 영아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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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8> 대우캐피털 '여우회' 영아 돌보기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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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사회복지회 한서병원 영아실. 20대 중반의 젊은 아가씨들이 핏덩이에 가까운 아기들에게 젖병을 물리곤 능숙하게 등을 두드려 트림을 시킨다.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한참을 버텨야 하는 중노동이다. 잠시 앉아 쉬는가 싶더니, 이번엔 노련한 솜씨로 기저귀를 갈아준다. 진동하는 '향기'에 얼굴을 붉힐 법도 하건만, 애인이 선물해준 향긋한 꽃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 되레 환해진다. "어이쿠, 우리 민준씨 뿡 하셨어요?"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채우는 솜씨만 놓고 보자면, 영락없이 아이를 두세 명은 낳았을 성싶은 엄마들이다. 하지만 실은 아주그룹의 금융 계열사 대우캐피털의 사내 여성직장인 모임인 '여우회' 미혼 회원들이다.

자신들보다 훨씬 어린 미혼모가 낳은 영아들을 돌보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회원은 3명. 전체 회원 5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참여를 희망했지만, 공간이 한정된 탓에 영아 돌보기 팀장을 맡고 있는 장현영(25)씨와 이근지(29), 유정민(26)씨 등 3명으로 제한됐다.

봉사활동이 시작되자마자 '고참 엄마'인 장씨가 언니들한테 한바탕 쏟아낸다. "언니! 그렇게 와락 껴안으면 안돼. 그러면 나중에 아기도 간호 선생님도 모두 힘들어진단 말이야." 생모에게서 버림받은 아기들에 대한 애틋함이야 누군들 없겠는가. 하지만 홀로 남겨져야 할 운명의 아기들이기에 적당한 선에서 돌봐야 한다는 게 엄마 경험이 풍부한 장씨의 지론이다.

"언니처럼 정을 듬뿍듬뿍 줘가며 돌보면 우리가 떠난 뒤에 영아실은 울음 바다가 돼." 실제 아기들과의 거리 두기는 영아일시보호소 자원 봉사자들이 지켜야 할 제1 원칙이다.

'제대로 안을 수는 있을까', '혹시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아가씨들이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여우회 회원이 모두 연약한 여성들이고 그 중 다수가 미혼이다 보니, 과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죠."(이근지)

"처음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도왔는데, 여자 체력으로는 힘에 부치더군요. 언젠가는 다들 아기도 낳아서 길러야 하니, '예비 엄마 연습이 좋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장현영) "그게 벌써 1년도 더 됐네요."(유정민)

예상대로 이곳 봉사활동은 예비 엄마들에게 훌륭한 교육 현장이 됐다. 영아실에서 3교대로 10여명의 아기들을 돌보고 있는 한경아 간호사는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곳을 거쳐간 수천 명의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여우회 회원들도 돈으로 얻기 힘든 귀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아기들이 귀한 세상에 아가씨들이 아기에게 분유 먹이고 트림 시켜 잠 재우는 일을 어디 쉽게 접해 볼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미혼 여성들이 영아 돌보기에 신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돌면서 최근엔 '예비 아빠' 남자 직원들까지 손을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임직원들 사이에 급여끝전 모으기 운동이 펼쳐졌다.

회사가 직원들 모금액 600만원에다 같은 규모를 더해 조성한 1,200만원으로 분유, 기저귀, 옷, 기저귀 등을 지원해줬다. 남자 직원들은 침대, 인큐베이트를 다 들어내고 바닥을 닦는 정기 대청소 등 이른바 '힘쓰는 일'을 주로 맡는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보람되지만, 더욱 뜻 깊은 것은 봉사활동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한 여성은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서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스스로도 기대에 부풀어 가장 행복하다고 하던데…. 미혼모들도 뱃속에 아기가 있어 행복하다고 느꼈을까요."(유정민)

"주변의 관심은커녕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미혼모예요. 기본적인 산전검사를 못 받고 임신 사실 노출을 꺼려 복대를 차고 술 담배까지 하니, 항문이 막히는 등의 기형아 출산 비율이 높은 거죠."(이근지)

생모에게서 버림받은 아기들이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반가정에 입양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형과 장애 비율이 높다 보니 입양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입양 예정인 아기들을 돌보면서 여우회 회원들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에 경악할 때가 많다. 특히 정부가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통계 조작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부는 2005년 41%이던 국내 입양률이 2006년 41.2%, 2007년 9월에는 58.3%로 늘어나 사상 처음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률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엄연한 통계 조작이라는 것이다.

"국내입양 우선추진제가 도입되면서 생후 5개월 동안 해외 입양이 금지되는 탓에 생긴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운운하는 걸 보면 웃음이 나와요."(장현영)

그래서 여우회는 이들을 직접 도울 방법을 구상 중이다. 장씨는 "작년 말 10대 미혼모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줄 요량으로 소원쪽지를 받았는데 '탕수육이 먹고 싶다'는 식의 소박한 소원이 많았지만, '아기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의견도 상당했다"며 "미혼모들이 사회에 정상적으로 발을 내디디자면 나이도 나이지만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는 공부방이라도 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누가 뭐래도 자식은 본인이 키우는 게, 또 아기는 제 부모 밑에서 커가는 게 제일 행복하지 않겠어요?" 건강한 가정을 꿈꾸는 여우회 예비 엄마들의 공부방 프로젝트가 하루 빨리 가동되기를 기대해본다.

■ 아주그룹, 2005년 복지재단 설립후 사회공헌 본격화

아주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2005년 계열사들이 출연한 기금을 재원으로 '아주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본격화했다.

아주는 1960년 건자재 사업으로 출발해 리조트, 렌터카,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온 중견 그룹.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창업정신을 토대로 저소득층 가정의 학습지원을 위한 공부방 운영 , 중ㆍ고교생 장학금 지원, 교육환경 개선 지원, 소외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 체험학습 지원 등을 주로 하고 있다.

각 계열사 및 지역 사업장별로 봉사활동을 전개 중인데, 대우캐피탈 여직원 모임인 '여우회'도 그 작은 예다.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 있는 아주산업 상암사업소와 천안사업소 등 10개 사업장 직원들이 매주 인근 지역의 장애가정을 찾아 청소, 동행외출 봉사를 하는가 하면, 하천이나 공원의 환경정화활동 등 다양한 지역 밀착식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중증 장애아를 키우느라 우울증, 신체 통증 등을 호소하는 어머니들 대상의 '아주 특별한 여행'은 아주그룹이 특히 공을 들이는 사회공헌 활동. 어머니들을 제주 등의 휴양지로 초대해 관광은 물론, 전문가 심리상담, 동병상련 부모들과의 교류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재충전 프로그램이다.

장애아 재활 프로그램은 많지만 이들 부모를 위한 이벤트는 전무한 실정이기에 호응은 대단하다. 지난해까지 3회 행사를 치른 아주는 올해부터 참가 대상을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아주는 건축자재 공장 건설 등 해외 사업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현지 교육 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 및 북부 하이즈엉성의 유치원 건설과 환경개선 활동이 대표적이다.

2007년 8,000만원을 지원해 6개 유치원을 건립했고,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1,000여 명의 베트남 학생들이 혜택을 누렸다.

아주그룹 문규영 회장은 "직원들이 여름 휴가를 봉사활동으로 대신하고 있을 정도로 사내 봉사활동 열의가 대단하다"며 "회사 차원의 봉사활동 외에도 소외이웃 대상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내 동아리를 적극 지원해 더불어 살아가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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