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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고전 앞에서 고전하는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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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 고전 앞에서 고전하는 독자에게

입력
2009.02.0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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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더다 지음ㆍ이종인 옮김/을유문화사 발행ㆍ494쪽ㆍ1만8,000원

호머의 <일리아드> 와 <오디세이아> , 단테의 <신곡> ,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 고전,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작가와 작품 목록이다. 여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이들 책은 긴 분량과 딱딱한 내용 때문에 책을 펼치려는 일반 독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다.

열두 살 때 이런 목록으로 가득찬 고전안내서를 읽고 이후 목록에 있는 책들을 섭렵하며 문학평론가이자 출판저널리스트가 된 마이클 더다(61ㆍ사진)는 이런저런 고전들은 건너뛰고, 또 새롭고 덜 알려진 고전들을 소개하는 안내서를 쓴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 은 그 산물이다.

80여 명의 작가가 소개돼 있는데, 선정의 기준은 제목 그대로 '즐거움'과 '다양함'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같은 잘 알려진 고전들도 있지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같은 과학소설, 애거사 크리스티나 코넌 도일의 추리소설, 심지어는 영국의 문필가 H W 파울러가 쓴 <현대영어 용법사전> 같은 책까지 포함돼 있다.

저자는 코넬대에서 프랑스문학과 중세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8년부터 워싱턴포스트에 서평과 문학기사를 기고해왔다. 오랜 신문 기고에서 쌓은 내공으로 그는 이 책에서 작가의 인상적인 에피소드나 격언 등을 적절히 제시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등 저널리즘적 글쓰기의 묘미를 보여준다. 가령 사포의 연애시를 소개하면서 "어떤 시의 파편은 단 두 마디로 되어있다. '여기'라는 단어가 나오고 한참 뒤에 '다시'라고만 되어있다.

이 두 단어를 읽으면 어떤 텅빈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정사를 상상하게 된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또 <타임머신> 의 저자 H G 웰스를 소개하면서는 "결국 과학소설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뿐 아니라 모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려는 문학이다"라는 독창적 해설을 곁들인다. 고전 앞에서 고전하는 독자들을 위한 독특한 독서지침서다. 원제 'Classics for pleasure'(2007).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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