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일선 경찰관들을 동원해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원인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려 한 사실은 경찰의 옹색한 처지를 스스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찰이 법 집행 과정에 한 치의 부끄러움이나 잘못한 점이 없다면 조용히 수사결과를 지켜보는 게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선 경찰관들에게 용산 참사의 원인을 묻는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의 인터넷 시청자 투표에 적극 참여하라고 지시한 것은 스스로 진압 작전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투표 결과를 보면 용산 참사의 원인으로 불법 과격 시위를 지적한 응답자 비율은 45%, 경찰의 과잉 진압을 꼽은 경우는 48%였다. 경찰과 철거민 양측을 각각 비판하는 여론이 팽팽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경찰의 조직적 동원 투표가 드러난 이상 설령 철거민 측의 불법 과격 시위를 비판하는 의견이 상당하다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조사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객관적 조사를 통한 신뢰성 확보가 생명인 여론조사를 경찰 스스로 왜곡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촛불 시위 당시 시위대의 폭력 장면만 담은 동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경찰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본청과 지방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건물 옥상 점거 농성, 화염병ㆍ골프공 투척 등 철거민들의 불법성과 폭력성만 부각시킨 동영상을 띄워 놓고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안전ㆍ소화 장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쫓기듯 진압 작전을 전개하는 바람에 경찰관과 철거민 등 6명이 숨진 데 대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은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위해 이 같은 여론 조작을 시도했는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여론조사결과 왜곡을 통해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해 김 내정자의 경찰청장 취임을 관철하려 한 것이라면, 이는 국기 문란 행위로 다스려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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