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설 잘 쇠고 전쟁터로 떠납니다. 꼭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민간 기업 출신의 상사맨으로는 처음으로 KOTRA 해외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센터장에 임명된 김달헌(59ㆍ사진) 수단 카르툼 센터장이 2월1일 센터 개소와 공식 부임을 앞두고 30일 출국한다. 김 센터장은 "제2의 고향으로 가는 기분이다"며 애써 태연해 했지만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떠나는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나라. 석유 매장량이 64억 배럴에 달하고 금 우라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총성 없는 세계 자원전쟁의 한복판인 셈.
"그 동안 맺고 닦은 인맥과 경험을 총 동원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돕는데 전력 투구하겠습니다. 승전보를 전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김 센터장은 1985~1989년 ㈜대우 카르툼 지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 2년 동안 수단 총괄이사를 맡으면서 현지 투자진출과 수출을 진두지휘했다. '세계 경영'을 펼치던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으로, 국내서는 몇 안 되는 '아프리카 통'이다.
김 센터장에게 수단은 '제2의 고향'일 정도로 친숙한 곳이지만,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썩 가볍지 만은 않다고 했다. "1980년대 중반 김우중 전 회장이 수단 정부로부터 석유자원 개발 참여 요청을 받았는데 무슨 이유로 거절한 적이 있었죠. 이후 중국국영석유가 들어와 석유자원을 싹쓸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때의 진출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았습니다."
환갑을 앞둔 김 센터장이 마음을 다잡고 카르툼 KBC 센터장 자리를 수락한 것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 한 마디. 그는 "자원개발에서는 남들보다 한 발 늦었다"면서도 "20여년간 남과 북으로 나뉘어 내전을 벌인 탓에 수단에는 도로, 통신, 발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전무한 만큼 SOC 시설건립과 자원개발권을 교환하는 방식을 동원한다면 선발 주자들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업은 많아도 재원이 없어 고전하는 수단 정부의 고민을 이용한 틈새 전략인 셈이다.
그렇지만 김 센터장은 "국내 기업들의 분발이 선결 조건"이라고 못박았다. 2004년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인사업체(DH Trade)를 운영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지켜봤다는 김 센터장은 이집트 설탕공장 건립 경쟁 입찰을 들며 "국내 기업들은 '어디 눈 먼 돈 없나'하는 식으로 뭐든 쉽게 얻으려는 경향이 짙다"며 "여러 사업에서 최고가에 가까운 입찰가를 내 실패했다"고 전했다. 부단한 기술 개발과 도전정신 없이는 외국 대형사의 '영원한 하청업체'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20여년 전 실패한 땅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는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웠다. "아랍 속담'나일(강)의 물을 마신 자 나일로 되돌아 온다'는 말이 있어요. 다시금 수단으로 가지만 이번엔 나일에 뼈를 묻겠다는 심정으로 터를 닦겠습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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