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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극본·연출 소리꾼 박성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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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 극본·연출 소리꾼 박성환씨

입력
2009.01.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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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은 2005년부터 '젊은 창극'이라는 이름으로 단원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하는 창작물을 선보여 왔다. 그동안 '장끼전' '시집 가는 날' '산불' 을 내놓은 데 이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극으로 만들어 2월 7~15일 국립극장의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들은 모두 한 사람이 대본을 썼다. 국립창극단원 박성환(40)씨다. 젊은 창극은 단원들이 제출한 대본과 기획안 중에서 작품을 선정하는데, 번번이 그의 작품이 뽑혀서 그리 되었다.

이들 작품 외에 박씨는 국립창극단의 국가 브랜드 창극 '청'의 극본을 썼고, 창작 판소리 '대고구려' '부자전' '아빠의 벌금' '백두산 다람쥐' '번호표', 어린이를 위한 창극 '백설공주' '콩쥐팥쥐' 등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재주많은 소리꾼은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 출신이다. 대학 시절 풍물과 마당극을 하면서 전통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군에서 제대하던 날 그 길로 지리산의 강도근 명창을 찾아가 판소리에 본격 입문했다. 강 명창이 작고한 뒤엔 성우향 명창을 사사했다.

이번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그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깊이와 문체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게 판소리를 구성하면서도 소리꾼의 입에 착 달라붙게 하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문장 그대로 소리를 하면 억세고 딱딱해서 판소리다운 질퍽한 맛이 안 나거든요. 원작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소리가 입에 딱딱 붙게 한다는 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라 쉽지 않지만, 창극도 서양 고전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산불'에 이어 박씨가 연출까지 직접 하는 두 번째 작품이다. 원작의 배경을 고려시대 전라도 남원과 경상도 함양이 맞닿아 있는 팔량치 고개로 옮겨, 남원 처녀 최주리와 함양 총각 문로묘의 이야기로 전개한다.

로묘와 주리는 백중날 굿판에서 처음 만나고, 원작의 로렌스 신부 대신 무당 구룡댁이 둘의 사랑을 이어준다. 극중 사자탈춤과 꼭두각시 놀음, 줄타기, 버나 돌리기 등 전통연희가 등장해 흥을 더한다.

"판소리가 박제된 전통이 되지 않으려면 기존 다섯 바탕 외에 동시대성이 강한 새로운 레퍼토리가 필요해요. 작품성을 인정받은 한국 현대 희곡과 세계 문학의 명작도 창극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런 고전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어 젊은 세대에게도 잘 다가갈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몰리에르나 브레히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통렬한 풍자가 판소리와 잘 통해요. 다음엔 브레히트 작품으로 창극을 만들고 싶어요."

브레히트는 박씨에게 낯설지 않다.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브레히트 서거 50주년이던 2006년 공연한 히트작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에서, 그는 이 작품을 남도 사투리의 판소리 버전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했다. 그때 아주 신이 났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창극을 무녀리(한 배의 여러 마리 중 맨 먼저 태어난 짐승의 새끼)라고 자처한다.

"어미의 자궁 문을 열고 처음 나온 무녀리는 시원찮아요. 힘이 달려서 지쳐 쓰러지기도 하지만, 그 놈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다른 새끼들이 못나오죠. 저의 창극이 무녀리가 되어 전통 어법의 신선함과 가능성을 알리고 창극이 우리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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