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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진정한 '맏형 방송'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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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진의 미디어 비평] 진정한 '맏형 방송' 보고싶다

입력
2009.01.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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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은 KBS를 국가 기간(基幹)방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라의 기둥 방송이란 뜻이다. 다른 방송사가 지지 않는 책무를 KBS에 부가하는 것도 그런 탓이다. 국제방송, 재난방송, 실험적 방송은 기간방송이기에 주어진 부가 책무다.

유난히 채널이 많고, 부서가 다양하고, 몸집이 큰 것도 다 그런 연유다. 혹자는 KBS에 '맏형 방송'이라는 별칭을 붙여 그 책무를 친근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 맏형 방송이 요즘 영 편치 못하다. 시청자들이 맘 놓고 기댈 '맏형 방송'이기보다는 시청자들이 걱정해주어야 할 '말썽쟁이 방송'인 형편이다. 내부에서 성명, 집회, 농성이 끊이지 않는다.

KBS가 기간방송의 위상을 지키지 못한다며 내부 성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탓이다. 전향적 쇄신 없이는 위기 극복이 어렵다며 맏형 방송 종사자들이 들고 나선 탓이다. 그 편치 못한 맏형 사정을 캐들면 끝자락쯤에 이병순 KBS 사장이 벌인 일련의 인사 조처가 웅크리고 있다.

이병순 사장의 인사 조처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은 두 가닥으로 요약 가능하다. 하나는 민주적 방송에 역행하는 인사들의 전면 배치에 대한 불만이다. 정치권과 몸을 섞은 인물까지 전면 배치해 기간방송의 신뢰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공영방송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품격을 내팽개쳤던 인물마저도 주요 간부로 중용해 공영방송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렸다며 불평한다. 제 사람 심기 외엔 어떤 명분도 없다는 불만인 셈이다.

두 번째 가닥은 이병순 사장의 인사가 정치적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이명박 정부를 대신하듯 보복인사를 행했다는 지적이다.

KBS 이사장, 사장의 '파생 선임'을 지적하고 나섰던 직원들에 내린 중징계는 정치보복이라는 말 말고는 적절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KBS 내부 성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후배들의 뒤통수를 치는 대리 보복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을 정도다.

인사 조처에 대한 비판, 반발은 두 가닥이나 하나로 수렴한 설명도 가능하다. 맏형 방송이며 공영방송인 KBS의 위상, 정당성에 대한 위기감으로 수렴할 수 있다.

정치적 독립을 요청하는 직원에겐 징계를, 방송이 정략적이어야 한다는 직원에겐 영광을, 공영방송의 품격을 내팽개친 인사들엔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반 공영적 조처를 취했고 이는 곧 KBS의 죽음으로 이어질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KBS 구성원들의 위기감,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KBS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평가 지표가 등장했다. 87년 이전 체제에서나 문제 삼았던 방송의 '왜곡' 문제까지 다시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견공의 이름을 KBS에 붙이는 일까지 등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에서 KBS의 존재 이유에 강한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들이다.

그런 점에서 KBS 내부 구성원들이 내보인 우려, 위기감은 사회와 함께 어우러진 사회적 공분의 성격을 띤다. 국민의 방송, 국가 기간방송, 맏형 방송의 존재 이유를 반추해보는 공영적 실천으로 보인다.

겨우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잠깐 잊어왔던 공영방송의 이념과 책무를 다시 읽고, 외우는 수행이랄까. 국민의 방송, KBS를 위한 혹한 훈련을 할 뿐이라고 말하면 그들이 너무 쑥스러워 하려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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