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철가방과 이태리 타올, 붉은 악마 티셔츠. 지난 반 세기 동안 한국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디자인으로 선정된 것들이다.
한국디자인문화재단은 196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인과 함께해온 디자인 52가지의 목록을 담은 '코리아 디자인' 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디자인의 우수성보다는 일상 생활에 미친 영향력과 한국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했으며, 디자인 전문가들의 추천을 거쳐 강현주(인하대), 김명환(계원디자인예술대), 오창섭(건국대) 교수가 선정했다.
철가방은 본래 나무 가방에서 출발했지만, 플라스틱을 거쳐 현재의 알루미늄 재질로 자리잡았다. 디자인문화재단은 철가방이 값싼 물건이면서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개발자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특징을 들어 "하나의 디자인이 아니라 문화인류학적 소산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태리 타올은 1962년 부산에서 직물공장을 운영하던 김필곤씨가 만들었다. '비스코스 레이온'이라는 이탈리아 수입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해서 이태리 타올이라 이름 붙여진 이 조그마한 때수건은 한국인의 생활 습관을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로까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붉은 악마 티셔츠는 관료적인 절차와 과정을 통해서는 나올 수 없는 참신한 디자인이라는 평과 함께, 자발적인 시민 참여를 통해 디자인의 가치가 배가됐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었다.
궁전식 예식장과 가든식 갈비집은 일상 문화 부문의 대표적 디자인으로 꼽혔다. 1990년 이후 등장한 궁전 형태의 예식장들은 궁전과 성곽의 요소를 차용한 키치적 디자인으로 결혼식날 만큼은 귀족이나 왕족 기분을 내고 싶은 중산층의 환상을 파고들었다.
1980년대 유행하기 시작한 가든식 갈비집은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과 물레방아, 정자 등으로 국적 불명의 전원 분위기를 연출해 아파트 단지의 가족들을 유혹했다.
1963년부터 변함없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는 모나미153볼펜은 더도 덜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갖춰 시각적, 기능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4년 만들어진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패키지 디자인은 넉넉한 자태로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감성 디자인의 사례로 꼽혔다.
캐릭터로는 아기공룡 둘리를 비롯해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등이 선정됐다. 건축ㆍ공공 부문에서는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과 세운상가, 청계천 등이 뽑혔다. 휴대전화 사용에 혁신을 일으킨 천지인 문자체계, 회식 문화를 대표하는 솥뚜껑 불판도 선정됐다.
서울 강남의 주상복합 타워팰리스는 "외부인에게 철저히 배타적이라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폐쇄적 계층구조를 대표하는 동시에, 내부에서도 평형대와 직업을 기준으로 차별화가 이루어지는 냉정한 구별짓기의 공간"이라는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됐다.
디자인문화재단은 "올해 이 디자인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 예정"이라며 "앞으로 매년 디자인들을 추가 선정해 해외에 한국 디자인을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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