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정담(情談)과 정치 이야기 정담(政談). 이번 설 차례상에도 빠지지 않고 오를 메뉴다. 집집마다 벌어지는 정치 토론의 결과들이 모이면 여론이 되고 민심이 된다. 그리고 며칠 뒤면 청와대로, 여의도로 전해질 것이다.
올 설 연휴 정담은 역시 경제위기로 시작할 것 같다. 치솟는 물가 걱정, 바늘 구멍인 취직 걱정, 떨어져도 올라도 문제인 집값 걱정을 하다 보면 "MB가 경제대통령 되겠다고, 경제 하나는 확실하게 살리겠다고 해서 뽑아줬더니…"라는 원망도 나올 법 하다. 정담(政談)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비판과 옹호가 몇 차례 오가고 나면 집권 2년차 승부수로 띄운 1ㆍ19 개각에 대한 촌평으로 화제가 옮아갈 것이다. "비상시국이니 직할체제가 당연하다. 경제팀을 싹 바꾸었으니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와 "한데 뭉쳐 잘 이끌 생각은 안 하고 측근들만 포진시켰더라"는 냉소가 엇갈리고,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만수 기재부 장관도 도마에 오를 것이다.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가 화제로 등장하면 정담은 어느새 감정섞인 이념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 사건의 본질을 두고 "강한 자, 있는 자만 대변하는 정권이 불쌍한 철거민을 희생시킨 결과다", "폭력 시위대가 법치를 무시한 게 진짜 이유다"는 갑론을박이 오가고, 언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나서서 "어쨌든 늘 싸움만 하는 국회가 문제다"고 화제를 돌리려 할 것이다. 토론 주제는 연말ㆍ연초 법안전쟁 때 해머를 든 민주당이 나쁜지, 원인 제공을 한 한나라당이 나쁜지로 넘어가게 된다.
4ㆍ29 재보선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만큼 "정부여당에게 따끔한 경고를 보내줘야 한다"는 주장과 "집권 2년차인데 그래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맞설 것이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거물들의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사람 이야기. 정중동 모드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곧 귀국하는 이재오 전 이원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오르내릴 것 같다. 두 사람을 축으로 한 여권 내 파워 게임도 흥미로운 주제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질 쟁점 법안도 이야기 거리가 될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선 아쉽겠지만, 법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재벌'이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쪽에서 "미디어법이 재벌한테 방송을 주려는 법이라더라", "출총제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도 재벌 봐주려고 하려는 것이지"라고 주장하면, 다른 쪽에선 "신문ㆍ방송 겸영이나 금산분리 완화는 세계적 추세란다",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더라"고 반박할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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