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있느냐, 없느냐. 다소 뜬금없는 이 논란은 재외국민참정권연대 김제완 사무국장이 본보 28일자 시론에서 "반 총장은 현행법상 다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 국장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는 공직선거법 16조를 들어 반 총장은 다음 대선에서 피선거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5년 이상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 국장의 시론은 재외국민의 선거권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권에 피선거권에 대한 논의를 촉구하는 측면이 더 컸다. 취지가 어찌 됐든, 최근 차기주자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2위에 올라있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다'는 논리는 큰 관심을 불렀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반 총장의 피선거권은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대세다. 우선 '5년 이상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선관위측은 28일 "선거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연속해서 5년이 아니라 통틀어 5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숭실대 강경근(헌법학) 교수도 동일한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의 경우도 대통령 피선거권은 '미국 태생의 14년 이상 미국 거주'로 연속 개념이 아니다.
'연속해서 5년 거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내 사정을 알려면 최소 5년은 필요하다는 게 법 취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측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 조항에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90일 이상 당해 지자체에 주민등록이 있는 주민'이라고 명시한 점과 대비하면 '계속하여'라고 명시되지 않은 대선 피선거권 조항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이 아니더라도 반 총장은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는 선거법 16조의 단서조항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고려대 장영수(헌법학) 교수는 "반 총장은 대사처럼 공무로 파견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강 교수도 "반 총장은 헌법 7조에 규정한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반 총장을 한국 정부가 파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 논란은 한쪽으로 결론이 기우는 듯 하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바탕 법리논쟁이 벌어질 소지는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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