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 지음/생각의나무 발행ㆍ416쪽ㆍ1만5,000원
브랜드의 대중화라는 21세기의 추세에 명품도 어느 정도 빗장을 풀었다. 14년째 밀라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김성희씨는 <더 주얼(the jewel)> (생각의나무 발행)에서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의 보석산업을 대표하는 나라의 보석회사와 주요 제품을 소개한다. 더>
책은 이른바 명품들의 가격, 구입방법 등 실제적 정보를 모아놓은 책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유럽 명품 보석의 세계를 정리한 국내 최초의 단행본'이라는 무게를 감당한다. 330장의 컬러 사진을 이용해 샤넬, 로렌스 보머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보석을 중심으로 엮었던 갖가지 뒷얘기까지 양념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보석을 유한계급의 향유물에서 해방시켜, 보석만이 주는 효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즉 삶의 질의 향상, 좋은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즐거움, 투자가치, 사회적 지위의 확인, 종교적 의미 등을 일일이 확인시킨다. 책에 의하면 "주얼리는 영혼을 구속하는 물질의 악마성을 맨 처음으로 구현"했다. 출판사는 "이 책의 출간은 고급 소비문화의 확산이 우리 현실 문화에 미치는 변화의 징후를 보여주는 시험지"라고 덧붙였다.
만화, 건축, 고향, 산책 등의 주제를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이 출판사의 '스타일 탐사' 시리즈의 하나다. 편집자는 "이제 주얼리도 명품이라는 소비재를 벗어나 디자인, 장인적 솜씨 등에 초점을 맞춰 순수한 감상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경매의 대상으로 가까워진 명화를 유사한 예로 들었다. 말마따나 이 책은 접근 방식에 따라 책의 깊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러나 그 시험지는 '지금, 이곳'을 겨냥하고 있지는 않은 듯싶다.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주얼리'.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자료에서 발견되는 한 마디는 이 책의 시선을 상징한다. '멋을 추구하는 여자들의 필수품, 보석' 정도로 하면 책의 격이 훼손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유달리 추운 이 겨울, 주얼리란 아직 낯선 것인가.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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