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보부의 조작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석달윤(75)씨 등 '진도간첩단' 사건 관련자들이 22일 28년 만에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80년 5월 중정은 "북한에서 전해들었다"는 남파간첩 오정문의 간접진술을 토대로 한국전쟁 때 월북한 박모씨의 친ㆍ인척 및 지인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중정은 그 해 8월 박씨의 외조카인 전남 진도의 어부 김정인(사망)씨, 고종 10촌 석씨, 고향 친구 장제영(81)씨, 이복동생 박공심(70ㆍ여)씨 등 4명을 체포했다. 남파된 박씨와 접선하고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간첩방조 및 반공법 위반)였다. 물증은 없었다. 중정은 영장 없이 이들을 50여일 동안 구금한 채 혹독한 고문을 했고, 이들은 허위로 범행을 자백했다.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은 "고문에 못 이겨 자백했다"는 석씨 등의 호소를 묵살하고 중정 수사결과대로 이들을 기소했다. 법원도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
81년 1월 서울지법은 김씨에게 사형, 석씨에게 무기징역, 장씨와 박씨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1년6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대법원은 이들의 상소를 차례로 기각했다.
이후 김씨는 85년 10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석씨는 김대중 정부 출범 후인 98년 8월 가석방됐다. 18년간 좁은 감방에서 통한의 세월을 보낸 석씨가 누명을 벗게 된 것은 2007년 7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도간첩단 사건을 중정의 조작으로 결론 내리고 국가에 사과 및 재심 조치를 권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중정에서 받은 고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백한 점이 인정된다"며 석씨와 장씨, 박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직후 석씨는 "소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28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석씨는 "중정 수사관들도 독재정권에서 살기 위한 방편으로 그랬을 것"이라면서 "그들을 용서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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