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렐러(umbrellaㆍ우산) 펀드가 뭐에요. 비오는 날 우산처럼 어떤 위기에서도 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상품인가." 그럴싸한 추측이지만 틀렸다. 엄브렐러 펀드는 우산 살처럼 여러 자녀 펀드(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인덱스 등)를 거느린 전환형 펀드(혹은 엄마펀드)다. 상황에 따라 자녀 펀드를 바꿔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
이처럼 펀드 이름을 정확히 모르는 투자자가 꽤 있다. "무슨 펀드 들었느냐"고 물으면 운용회사 이름이나, 투자지역(중국 브릭스 등)을 말하는 게 보통이다. 펀드 이름이 원체 길고 의미도 알쏭달쏭해 지레 포기하기 때문. 그러나 펀드 이름은 모든 펀드 정보의 보고다. 지난해 '펀드통(痛)'을 치료하려거든 이제 펀드 이름부터 제대로 알고 투자하자. 아는 게 힘이다.
사람의 '성+이름'처럼 펀드 작명(作名)에도 일정한 원칙과 흐름이 있다. 물론 회사마다 독특한 작명을 고수하는 곳도 있지만, 큰 틀(투자자산 종류와 위험수준 드러내야)은 유지하고 있다. 보통 펀드 이름은 '①운용회사+②브랜드 및 투자지역+③투자대상+④운용전략+⑤성격+⑥순번+⑦수수료 체계'로 이뤄진다.
①은 삼성 미래에셋 등 말 그대로 펀드 운용사의 명칭. ②엔 '봉쥬르중남미'나 '차이나솔로몬'처럼 투자지역(국가)과 브랜드가 나온다. 지역표시가 없다면 국내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단,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선취형)나 '인디펜던스'(후취형)는 원래 수수료 체계를 뜻하지만 브랜드처럼 통용되기도 한다.
③에는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면 '주식', 주식과 채권을 섞으면 '혼합', 채권만 투자하면 '채권',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하면 '파생'이라고 쓴다. 만약 부동산(리츠)이나 선박, 금(골드) 등 실물펀드라면 이 부분에 실물자산의 이름이 놓인다. 아무 표시도 없다면 일반 펀드다.
업종대표, 배당주식, 성장주, 안정형 등은 ④에 속한다. 업종대표 종목, 배당주식, 성장주식에 투자하거나 안정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밸류'가 들어가면 가치형 펀드라고 보면 된다. '안정형40' 등 뒤에 붙는 숫자는 동일 자산 내 위험 수준(주식비중 40%)을 나타낸다.
⑤에는 '재간접' '모' '자' 등의 용어가 들어간다. 재간접은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이른다. 예컨대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할 수 없을 때, 해당 부동산에 투자하는 외국펀드에 가입하는 형식(재간접)을 취한다. 자(子)는 자금을 모으는 아들 펀드로, 실제적인 운용을 하는 모(母)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자 펀드에만 가입이 가능하다.
⑥의 숫자는 시리즈 순번이다. 처음 만든 펀드가 1호가 되고, 덩치가 커져 운용이 벅차면 2호, 3호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설정 시점이 달라 수익률 차이가 나는데, 먼저 시작한 1호가 누적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고 장기 소득공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오의균 미래에셋증권 펀드투자 상담사는 "최근 펀드 환매 탓에 설정액이 줄어 1호 펀드 가입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⑦의 알파벳은 수수료 방식. A는 선취판매수수료(펀드 가입 때 지불), B는 후취판매수수료(환매 때 지불), C는 둘 다 없는 대신 연간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D는 둘 다 있는 펀드다. 'E(e)'는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연 0.2% 정도 저렴한 온라인 전용 상품. 즉 A-e는 선취판매수수료 온라인 펀드, C-e는 후취판매수수료 온라인 펀드인 셈.
최근 펀드는 A와 C가 많다. 가입 때 비용을 많이 들이느냐(A), 조금씩 나눠 내느냐(C)의 차이만 있을 뿐, 비용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흔히 A는 장기, C는 중기 투자용으로 불리지만 신상품 C형의 경우 매년 보수 인하효과가 있어 장기투자에도 적합하다.
알파벳 앞의 'Class(또는 C)'나 '종류형'은 종류별로 보수체계가 다른 멀티클래스펀드를 말한다. 이밖에 W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I는 기관투자자 전용 상품이다.
이정훈 굿모닝신한증권 펀드투자 상담사는 "이름에 '차이나'가 들어간 펀드는 홍콩 H주에 투자하는데 아직도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걸로 오해하는 고객이 많다"며 "현명한 자산관리를 위해 가입 펀드의 이름과 의미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펀드 작명의 비밀
-운용회사: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업체
-브랜드 및 투자지역: 부자아빠 봉쥬르 솔로몬 등, 중국 베트남 브릭스 등
-투자대상: 주식(주식비중 60% 이상), 혼합(주식+채권), 채권(채권만), 파생(선물ㆍ옵션), 리츠(부동산 투자) 등
-운용전략: 업종대표, 배당주, 성장주, 안정형, 밸류 등으로 구분
-성격: 재간접(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자(돈을 모아 모(母) 펀드에서 운용)
-순번: 펀드(1호) 규모가 커지면 운용전략은 동일하되 2호, 3호 순으로 숫자 바뀜
-수수료 체계: A(선취판매수수료), B(후취판매수수료), C(기간보수형), D(선취ㆍ후취 모두), E(온라인 전용)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이현수 인턴기자(숙명여대 아동복지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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