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폐기를 위한 닻이 올랐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2학년도 수시모집부터 '대학별 고사'(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수시모집은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본고사로, 정시모집은 수능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는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3불 정책 중 남는 것은 기여입학제 금지 정도다. 외고 과학고에 이은 자율형 사립고의 등장과 2010년 서울 지역 고교선택제 시행 등으로 고교등급제 금지 정책 역시 유명무실화가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가 3불 정책을 고수한 것은 이 정책을 폐기했을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인터뷰에서 "사교육비는 입시 방법과 무관하다"며 본고사 실시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거나,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지금 사교육 시장에서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초등학생 대상의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 입시반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100개 이상의 자율형 사립고가 추가 설립되고, 대학 본고사까지 실시되면 사교육 바람은 더 거세질 게 분명하다. 본고사와 수능만으로 학생을 뽑고 내신 비중을 대폭 낮추면 정상적인 학교수업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대학이 본고사에 집착하는 것은 비용을 덜 들이고 가장 손쉽게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 수시모집 본고사 시행은 특목고 학생들을 선점하려는 노림수로 비칠 소지가 크다. 대교협 내부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3불 폐지에 따른 이득과 손실에 대한 정밀 검토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대학 총장이 불쑥 본고사 도입 방침을 밝힌 것은 무책임하고 섣부른 일이다.
학생 선발 등 대학의 대입 업무 자율화에는 반드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창의적이고 잠재력 높은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 개발에 공을 들이지 않고 사교육비가 얼마나 들든 영어 수학 잘하는 학생들만 뽑으면 된다는 자세로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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